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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사과 이야기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11 23:38 게재일 2011-11-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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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명시인
11월 지금 사과가 이제 수확돼 시장에 나오는 시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후지`라고도 하는 `부사`다. 사과생산량의 64%라니 과연 국민사과라 할만하다. 뒤를 이어서 8월 하순 수확하는 `홍로`라는 사과가 13.7%, 보통 `아오리`라고 하고 여름에 나오는 푸른사과 `쓰가루`가 4.6% 정도라고 한다. 사과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천 여종에 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500여종이 관리된다고 하나 주로 앞에 적은 사과종류와 함께 10종 정도가 재배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낯설다. `후지`나 `아오리`는 워낙 들어서 알고 있지만 `쓰가루`, `시나노스위트`, `요오카`, `호노카`, `아카나` 이런 일본어로 불리는 듯한 이름들은 낯설다. 거기에다가 `데리셔스`, `골든데리셔스`, `조나골드`, `스타크림슨`, `스퍼얼리브레이즈`, `갈라` 이건 영어로 된듯한 이름들이다. 이렇게 일본어나 영어로된 이름이 많은 것은 사과는 서양 선교사를 통해 처음 도입됐는데 대부분 미국에서 육성되어 일본을 거쳐 들어온 품종들이 많이 때문이다. 거기에다 `국광`과 `홍옥`은 많이 들어본 듯 한데 `천추`, `홍장군`, `감홍`, `양광`, `산사`, `홍월` 같은 이름은 농사꾼이 아니면 거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거기에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사과인지 구별도 되지 않을 터인데 어쨌든 시중에 지금부터 나오는 사과는 대부분 `부사`라고 하니 그것만 알아도 족할듯하다.

한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즙과 함께 입속의 씹는 즐거움, 풍부한 향을 가져다주는 이 사과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사의 측면에서 중요한 장면에서 항상 등장한다. 그 첫째가 아담과 하와가 따먹으므로 죄를 범하게 된 선악과이다. 이 선악과가 사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사과의 원산지가 흑해와 카스피해에 연한 코카스서 지방이며 에덴동산으로 추정하는 곳과 멀지 않은 지역이다. 사과는 이 원산지로부터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및 전 세계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둘째로 독일의 극작가 J.C. 프리드리히 폰 실러가 쓴 희곡 `빌헬름 텔`을 통해 널리 알려진 스위스 활의 명수 윌리엄 텔의 사과 이야기이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통치에 대항하다가 자기 아들의 머리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석궁으로 쏘아야 하는 위기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들을 죽이지 않고 사과를 맞춰야 하는 그 긴장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승리하게 된다. 이후 이 이야기에 고무된 스위스인들이 봉기하여 오스트리아로부터 해방 돼 윌리엄 텔의 사과는 자유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셋째로 뉴턴의 사과이다. 뉴턴은 페스트를 피해서 고향으로 내려와 어느 날 과수원 사과나무 아래에 기대어 졸다가 자신의 머리위로 사과가 떨어져 깨어났다. 그때 사과가 왜 아래로 떨어지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고 마침내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류는 중력장속에서 살고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누구나 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은 뉴턴이야 말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창의적이고 위대한 인물이다. 넷째로 사과는 뉴턴에게서 독일인 루터로 건너간다. 루터의 기념 비석에 `그리고. 내일 세상이 멸망함을 알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마르틴 루터`, 이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바로 `스피노자`의 이름으로 말하여지는 문구다. 그런데 이미 백년 앞선 사람이 먼저 말했던 것, 앞으로 `내일 세상이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는 이 문구는 마르틴 루터의 것이라고 정정하자. 왠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 말을 누가 했던 아무려면 어떤가. 좋은 말이다. 사과와 관련해서 좋은 말을 한 사람이 또 있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하여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대가 한 알의 사과를 먹을 때에도 이렇게 마음속으로 기도하라. 그대의 씨앗은 내 몸에 살아있을 것이며, 그대의 내일의 싹들은 내 마음속에 피어나리라. 그리고 너의 향기는 나의 숨결이 되어 우리는 다 함께 온 계절을 기뻐하며 맞이하리라” 다섯 째 우리역사에 사과는 9세기 신라시대에 처음 등장한다. 구전가요인 `처용가`에서 `멋`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기록으로는 `계림유사`에 `임금`으로 적힌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임금`이 지금 `능금`의 어원이라고 한다. 능금은 `임금`과 같은 발음이기도 해서 나라에서 상서로운 과실이라 여겼다고 한다. 이 능금은 사과의 재래종으로 여러 품종개량을 통해 현재의 사과에 이르렀다. 능금은 사과와 같은 종이지만 또 다른데 사과를 가리키는 우리말이니 그냥 구별하지 않고 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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