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묻지마 범죄가 사회를 불안케 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살인`이 서울에서만 3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밤늦게 귀가하던 여성이 “스트레스 풀고 싶었다”며 칼을 휘두른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그리고 길가던 범인이 “단란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다”며 옥탑방에 들어가 가장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살인 피의자 현황`에 따르면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 등을 이유로 저지른 `세상이 싫다`형의 범죄라 한다. 서울의 살인사건의 한 예로 외국 명문대학을 중퇴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반감이나 열등감이 심해졌고 그로부터 심리적으로 도피를 하는 과정에서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바깥과의 접촉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경우 고립감에 시달리다 결과적으로 가상과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이 보인다`고 한다. 살인 등의 중범죄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저지르게 되는 이유라 해석한다. 범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세상에 대한 원망이 공통적이다. 부모마저도 거기엔 대책이 안 선다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일본에서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두른 난자사건으로 등굣길 학생 10여명이 크게 다쳤다. 20대 청년이 정차해 있던 노선 버스 2대에 잇따라 올라탄 뒤 흉기로 남자 7명, 여자 6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태연하게 자수했다고 한다. 범행이유를 들으면 더욱 기가 찬다. 단지 스트레스를 위해서 였고 행복한 웃음소리에 갑자기 화가 나서 그리고 게임 속에서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라는 까닭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불만이 남에게 원인을 찾는 자체가 벌써 큰 문제이며 사전에 예방하는 것 조차도 이미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