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재수가 좋은지, 운수가 대통한지 여러 군데 알아보는 일이 많아진다. 점(占)도 쳐보고 토정비결도 보며 한 해의 운명을 예견해 본다. 달걀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계란유골(鷄卵有骨)이란 말은 `운수가 나쁜 사람은 좋은 기회를 만나도 역시 일이 잘 안됨을 이르는 말`이다. 재수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 부자는 엎어져도 떡판에 박히지만 재수 없는 놈은 엎어졌는데 뒤통수 깨고 뒤로 자빠졌는데 코 깬다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세종임금 때 정승 한 사람(황희로 추청됨)이 매우 가난하게 살았다. 이를 긍휼히 여긴 상감께서 `그 정승을 어떻게 도울 길이 없을까?`하고 곰곰히 생각한 끝에 묘안 하나를 내게 되었다. “새벽에 남대문을 열면서부터 저녁에 닫을때까지 그날 문을 드나드는 물건은 모두 정승에게 주도록 하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온종일 비바람이 불어 사람들의 왕래가 없었는데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한 시골 노인이 달걀 한 꾸러미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하여 그 달걀을 받은 정승이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요기나 할까 하다가 삶았더니 그 노인의 품에 온 종일 안겼던 달걀이라 뼈가 있어서 한 개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뒤로 오는 호랑이는 속여도 앞으로 오는 팔자`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마방(馬房)집이 망하려면 당나귀만 들어온다. 절간이 망하려니까 새우젓 장사가 들어온다. 밀가루 팔러가니 바람이 불고 소금 장사하면 비가 온다. 여편네하고 싸운날 장모가 온다. 이 아픈 날 콩죽 쑤고 집안이 망하려면 며느리가 수염이 난다. 하는 일이 운 없게도 잘 안풀려 낭패를 본다는 뜻을 지닌 속담들이다. 액운을 물리치는 방법은 매사에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입을 다물고 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