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국회점거 이유는 한미FTA안 내용 중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이 문제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시비라기보다 반미감정에 편승한 정권공격에 있다. 현재 국회 마비와 거리시위를 주동하는 이른바 진보세력들과 민주당의 주류 강경세력들이 한미FTA를 `을사늑약` 같은 매국적 주권 포기 처사로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이미 이 사안은 한·미간 통상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FTA반대를 위한 SNS활동 등의 실태를 보면 국가를 혼란시키려는 세력들이 뒤에서 의도적으로 선동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FTA때는 미국 식민지”, “맹장수술비 900만원” 등 전혀 사실이 아닌 황당한 괴담을 조작 유포시키고 이를 순진하게 믿는 가정주부나 학생 등이 격분해서 거리시위에 나서는 모습은 “광우병 촛불시위”때와 흡사하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도 있었다. 그래도 이를 주권을 넘기는 처사로 볼만큼 전문성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이라면 전문가들 토론을 듣고 국회의원 각자가 자율적 판단을 내리도록 의사진행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렇게 처리하면 풀릴 문제를 `진보정당의 2중대`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일부 소수정파의 이념적 반대에 동조하는 민주당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런 소동을 벌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집권할 당시 체결한 한미FTA를 일부 재협상으로 변경했다고 국회를 마비시켜가며 반대하는 민주당은 과연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당인지도 의문이다. 미국을 반대하든 FTA를 반대하든 그것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몫이지만 국회 내의 의사진행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헌법을 수호해야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자세라 하겠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체결 당사국간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항상 차이가 난다. 이 문제는 한미FTA도 한국측과 미국측의 손익계산이 다르다. 말로는 윈윈이라지만 내부적으로는 각자가 자신들의 승리라는 계산에서 체결과 인준을 하게 되고, 미래에 발생할 손익의 문제는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이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과 FTA를 맺는 것은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시장을 넓혀야 살 수 있다는 근본전제를 수긍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WTO체제하에서는 국가의 개방없이는 발전이 어려운 국제현실에서 다소간의 불확실성과 모험을 무릅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4년반전에 체결한 한미FTA의 국회비준은 우리가 슬기롭게 넘어야 할 산이다.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총무가 합의한 대로라도 이를 처리하는 것이 옳다. 앞으로 이번 비준으로 우리가 손해 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노무현정부 때 체결한 것과 꼭 같은 내용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안을 이제와서 새삼 트집잡아 한미FTA전체를 뒤집는 것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야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반미 좌파적 소수정파와 세력들에 휘둘려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이 춤추는 어수선한 시국을 조장하는 당략과 정략으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남유럽의 재정위기, 중동의 민주화 물결로 인한 유가폭등 등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우리나라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이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지금 위기의 나라들은 모두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 갈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한말 우리가 겪었던 일제 강점무렵의 정치권도 이와 같았다. 의회를 마비시키고 국익을 팽개치는 정파는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