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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상생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08 23:26 게재일 2011-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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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며칠 전 늦은 밤에 우목리 바닷가 길을 운전하다가, 열 마리는 되는 듯한 크고 작은 멧돼지 가족들과 조우했다. 인적이 드믄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야생동물들과 마주친 것은 10년 전 거의 같은 장소에서 고라니 한 마리와 마주친 경우 외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근은 신항만 배후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천마산을 비롯하여 수림대가 많이 남아 있어서 야생동물들의 영역이 되고 있다고 보아진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들 보다 강한 천적이 없어서 과도하게 증가되고 있기에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들 이야기 한다. 한국전쟁을 통해서 많은 동식물들의 영역이 파괴되었고, 가난 속에 나무를 땔감으로 썼었기에 우리 산야는 매우 삭막해졌었다. 하지만 지난 수 십년간 식목과 산림보전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산야가 푸르러졌다. 30~40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헐벗은 민둥산이 매우 많았고 산짐승도 드물었다. 필자 부모님의 어린 시절이던 1920~3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깊은 산림이 많았고, 꿩, 토끼, 노루, 여우, 살쾡이는 물론이고 호랑이도 자주 출현하는 지역이 많았다고 한다.

필자가 한동안 거주했던 미국의 아이오아주는 들도 넓지만 산들도 꽤 있어서 지방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사슴무리와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좀 북쪽지방으로 가면 길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들도 조우 할 수 있다. 작은 강가 폭포수에 가면 10m 폭포 아래 물빛이 아주 짙은데, 그것은 월척 훨씬 넘는 수천마리의 잉어떼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나고야시에 갔을 때 주변의 산골마을을 방문했는데, 중심부에는1920~30년대의 일본식 건물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 헤엄치는 맑은 시내물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주변 숲에는 직경이 20㎝나 되는 대나무, 수 십m 높이의 아름드리 삼나무와 메타세콰이어가 울창하고, 붉은 원숭이를 포함한 많은 산짐승들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미국 같이 넓지도 않고 일본 만큼 숲 형성이 돼있지 않아 산짐승들도 아직은 다양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숲이 더욱 우거지고 먹을 열매가 많아지면 멧돼지 뿐만 아니라 다람쥐, 토끼, 노루, 너구리, 호랑이 등의 개체수가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 같이 원숭이도 살았으면 좋을 것 같은데, 소나무 숲에는 먹이가 적어 원숭이가 자생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왜 우리가 산짐승을 포함한 생태계의 존재에 신경을 쓰는 것인지, 시골도 아닌 대도시에서도 도심에 생태계를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 인간들에게는 원시시대부터 자연 속에서 살아오던, 즉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고 봐진다. 생태계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즉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나는 환경이 첨단의 도심시설들과 어울려 아름답고 살맛나는 도시환경을 조성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하여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자 한다고 할 수 도 있겠다.

둘째, 좀 더 실제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필요하다고 봐진다. 수림대가 산소를 공급하고, 도심의 먼지를 가라앉히며, 도시열섬현상을 줄여주는 것이다.

인구가 늘고 과학문명이 발달되기 이전에는 우리 인간이 소모하는 자원과 발생시키는 오염이 그리 크지 않아 지구 자체의 자정작용에 의해 지구는 깨끗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거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하고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삶의 행태가 지속되면서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각 나라와 지방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발전의 목표로 삼게 되고, 만물의 영장으로서 우리 인간의 자연정복에 대한 의지의 표출보다는 `자연과의 상생(Symbiosis)`을 부르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개발과 보전이 바람직한 것인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환경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국제적인 환경오염 규제가 가난한 개발도상국에게도 합당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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