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동네 악동들이 무리 지어 저질렀던 못된 행위였지만 배고픈 시절 장난으로 여겨져 주인에게 발각되더라도 대부분 벌을 서거나 호된 꾸중만 듣고 그나마 용서를 받았다.
가을철이면 동네마다 악동들의 입가가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몰래 구워 먹던 추억의 콩서리는 풍족해진 먹을거리 때문인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당시 서리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었다. 서리를 하되 주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도하거나, 한 집에 계속해서 서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최근 안동지역에 서리 차원의 도를 넘어 고추, 벼, 사과 등 닥치는대로 훔쳐가는 농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봄부터 냉해 피해와 긴 장마 등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농작물이 작황부진을 보이면서 가격이 오르자 도둑들이 농부들 피땀 섞인 농작물에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 22일 안동의 한 정미소에서 도정해 놓은 쌀 수십 포대가 털리는가하면 최근에는 과수원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를 무려 같은 곳에서 4번씩이나 털린 사건도 발생했다. 모두가 농촌 인구가 줄고 노령화돼 도둑들이 설치기 더 쉬워진 결과다.
급기야 안동署 한 경찰관의 집에도 도둑이 들어 공들려 말린 고추 100여 근을 훔쳐갔다. 해당 경관의 아버지는 당시 충격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자식된 도리로써 그 경관은 도둑맞은 고추가격 그대로 드릴 시도를 했지만,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비상대책에도 불구하고 `싹쓸이` 얌체 농산물 도둑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민심마저 흉흉할 조짐이 보이면서 이제 농산물 절도범과의 전쟁을 치러할 정도로 더욱 심각해졌다.
농작물 절도범에 대한 현행법 개정의 필요성도 주민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설사 농작물을 훔친 범인이라도 일반 절도와 같은 형량이 구형되거나 선고되는 현행법을 개정해 경우에 따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도둑을 잡아야 하는 것은 경찰의 몫이다. 하지만 하나의 도둑을 열 사람이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잡기는 쉽지 않으나 도둑을 막을 방도에 대해 경찰, 지자체 할 것 없이 이제 모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농촌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농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지 못할망정 파렴치한 농작물 절도범들이 더 이상 활개치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안동/gskw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