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명이 사는 수도 방콕시가 전면 침수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 당국은 홍수 경보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류 지역에서 유입되는 대규모의 강물로 방콕내 침수 지역이 확대되면서 외국인은 물론 태국인들도 속속 방콕을 빠져나가고 있다.
홍수구호지휘센터(FROC)의 쁘라차 쁘롬녹 법무부 장관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불어난 물이 아직 방콕으로 다 내려오지 않았다”며 “홍수가 이제 통제 불능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밤에도 “방콕 북부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물이 내려오고 있다”며 “방콕 전역이 침수될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도 “상류지역에서 대규모의 강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어 방콕 외곽의 홍수 방지벽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방콕 전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쑤쿰판 방콕 주지사는 북쪽의 돈므앙 일대는 이미 90%가량 물에 잠기는 등 방콕 북부와 동·서부, 차오프라야강 인근의 침수 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홍수로 지금까지 적어도 37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홍수 피해가 가중되면서 사망자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태국 해군은 29일 오후 6시께 차오프라야강 수위가 2.65m를 기록하며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오프라야강 강변을 따라 86㎞에 걸쳐 2.5m 높이의 홍수 방지벽이 설치돼 있으나 강 수위가 올라가면 대규모 범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상류에서 강물이 유입되는 시기와 바닷물 만조 때가 겹치는 28~31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콕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27일부터 닷새간은 임시 공휴일로 선포돼 있다.
보건부는 방콕 북단의 돈므앙 공항이 25일 폐쇄되는 등 침수 지역이 확대되면서 방콕내 병원에 있는 중환자들을 다른 주(州)로 분산, 이동시켰다. 방콕 전역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립을 우려한 방콕 주민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임시 휴일인 27일부터는 태국 현지인과 외국인들의 방콕 탈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콕내의 시외버스 터미널인 모 칫에는 26일부터 방콕을 빠져나가려는 태국인과 미얀마인 등이 대거 몰려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간신히 표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이 들어찬 방콕 사이마이 인근에서는 주민들이 소형 보트는 물론 큰 플라스틱 통 같이 물에 뜨는 모든 물건들을 활용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주재원과 가족, 교민 등이 주로 피신하고 있는 파타야는 벌써 호텔 등 괜찮은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대사관의 모든 직원들은 임시 공휴일 기간 교민 안전 조치를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교민이나 여행객 중 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사관(02-247-7540)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밝혔다.
/방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