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여름보다 가을에 식욕이 늘어나는데, 이는 기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의 온도가 낮을 땐 높을 때보다 식욕이 더 왕성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이 되면 여름보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주는 포만중추가 자극을 덜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식욕이 늘어난다.
이렇듯 가을은 식욕의 계절이라고 한다. 자신이 지금 건강한지 어떤지는 식욕을 보면 일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식욕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큰 본능이다. 그래서 식욕이 채워졌을 때 느끼는 포만감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식욕을 채우기 위해 먹는 일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가난하던 시절에는 배로 먹었다. 음식에 관계없이 많이 먹을 수 있어 배만 채운다면 만족하던 시절이었다.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을 사장님이라 부르던 때가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러다 형편이 차츰 좋아지니 입으로 먹는 시대가 됐다. 맛있는 음식을 가려서 먹는 때가 된 것이다. 눈과 귀도 보태게 됐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도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하는 시기라 하겠다.
그러나 이제는 머리로 먹는 시대다. 맛보다도 안전한 음식인가 살펴봐야 하고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과식으로 인한 비만과 그에 따른 질병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식욕은 왜 생겨서 우리를 괴롭게 할까. 야생 동물은 자기가 먹을 만큼만 먹었다. 그러나 먹이에 꿀을 묻히거나 기름기를 더하면 야생동물도 원래 먹던 양보다 2배 이상 더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구해 보니 동물은 단맛이나 구수한 맛,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쾌감물질로 알려진 엔돌핀이 분비되고 이 물질이 식욕을 북돋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과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수면부족 상태가 돼도 이 호르몬이 분비되어 많이 먹게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 가운데 어떤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역의 활동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현상도 알게 됐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이제 그만 먹어야지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은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가 판단력도 흐리게 하고 식욕도 북돋우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과 마주하면 자기도 모르게 과식하는 것은 이러한 이치에 따라 우리 몸이 따라 움직인 결과이니 너무 자신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본인의 의지에만 의존해 식욕을 조절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게 만들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식욕을 조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도 있다.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은 뇌에서 많이 분비되면 식욕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히스타민이 뇌 안에서 많이 분비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씹는 일이다. 음식을 씹는 작용은 뇌를 자극해 이 히스타민의 분비가 활발해지고 이것이 식욕을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빨리 포만감도 느끼게 하는 작용도 한다.
머리로 음식을 먹는 시대는 먹는 양의 조절이 필수다. 적당하게 먹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 달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덜 조리되고 덜 맛을 낸 소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겠다. 또 먹을 때는 한 숟갈을 입에 넣고 30번 정도는 씹어 먹기를 권한다. 식재료 고유의 맛도 느낄 수 있고 소화도 잘되고, 식욕도 감소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특별히 힘든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극도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