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도심쇠퇴와 교외지역의 발달, 더구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이 150여개의 독립된 교외도시들을 지닌 `다핵도시`를 학자들은 `후기산업도시`의 전형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긴 역사를 지닌 도심은 많은 인프라와 갖가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쇠퇴해 가고, 교외도시들은 제각기 특색과 함께 쾌적한 주거지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문화활동의 중심지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로스앤젤레스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그리고 몇몇 아시아국가가 대도시의 발전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근래 이러한 현상이 도시의 인프라 활용, 환경보전,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대도시들이 도심의 재개발 내지 재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개발은 다양한 전략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데, 노력에 비해서 성과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적지는 않다. 이러한 재개발전략은 물리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에 걸친 종합적인 노력이 장기적으로 투여되어야 하기에 쉽게 성취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노력들 중, 좀 단편적인 전략 내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재개발 내지 활성화가 종합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함은 맞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 예를 들어 도심의 테마화는 큰 전략의 한 부분이면서도 그 자체가 큰 성공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필자가 로스앤젤레스 시정부에 근무할 때 가끔씩 커피한잔을 위해 찾던 장소는 다운타운의 한 건물 2층 옥상으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넓은 광장에 호수와 섬이 있고 멋진 음악이 들리는 곳이었다. 하루는 커피 한잔을 들고 파라솔 아래 앉아 있는데, 그 섬 뒤편에서 굉음과 함께 높은 해일이 닥쳐왔다. 모두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그 물은 싹 가라앉으며 우리가 앉은 파라솔 바닥 틈 사이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글렌데일은 로스앤젤레스의 위성도시격인 중간 크기의 도시이지만 이곳에도 쇠퇴된 도심활성화를 위해서 광장에 커다란 연못을 만들고, 거대한 황금빛 인체조각상의 분수대를 만들고, 주위에는 잔디를 깔아 놓았다. 그 주변에는 극장, 음식점, 옷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관광용 전차가 운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밤 늦게 까지 번창함은 물론이며, 주변에 지어진 아파트들도 과거와 다르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파사디나의 다운타운에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상점가가 있다. 광장에는 분수대를 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화초와 나무들이 있고, 벤치와 파라솔이 있고, 각종 악세사리를 파는 마차상인들이 몇몇 늘어서 있다.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흰색 혹은 옅은 갈색의 바탕에 진초록 혹은 진한 붉은 고동색의 문, 창으로 액센트를 준 상가들로서, 멋진 상품들을 마네킹과 함께 진열해 놓은 보행자상가(Pedestrian Mall)이다.
우리나라 서울의 청계천도 좋은 예라고 본다. 도심에 물길을 끌어들여, 시민들이 찾아오고 즐길 수 있는 테마적인 장소로서, 주변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지방도시인 포항에서도 동빈운하를 건설하고 주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도심을 아름답고 테마화함으로 인해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주변의 상가와 주거들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