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어렵긴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국부(國富)가 넘치는 나라다. 개인은 가난하지만 국가가 가진 경제력은 가히 세계 최고로 쳐준다. 그런 일본도 고령화 저출산 문제만큼은 풀지 못하고 한 20년 흘러가니 인구·매출·일자리가 줄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겹치게 됐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산·고령화의 기세가 더 매섭다.
이미 산부인과·소아과 병의원은 지고 노인 요양병원이나 전문장례식장이 뜨는 슬픈 호황이 대세다. 2015년엔 1인 가구(2010 11월 기준, 414만 2천)가 가장 주된 가구유형이 된다고 하며 고령화·만혼이 5년 전보다 31%나 증가 됐다는 조사 보고가 아무렇지 않게 들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농어촌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은 1970년대 초부터 나왔다. 저출산 고령화는 한번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그 맹렬한 기세를 되돌려 놓기가 어렵다.
일본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온갖 몸부림을 쳤지만 그 흐름을 바로 잡지 못했다. 우린 일본의 심각한 현실을 보고도 어린이들의 기차놀이를 하듯 따라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당장에 다리가 무너지는 재해도 아니고 방사능에 노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까.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를 잃을 염려도 없고 정책을 잘못 펴고 있다는 질책도 크게 받을 일이 아니고 파업을 않는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대국(大國)굴기(屈起)의 정신으로 중국이 거들먹거리면 한국이 불안해 진다. 이 말은 역사가 증명해 준다. 그렇지만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보는 학자들의 시각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역사상 인구의 번영 없이 나라의 번영을 누렸던 국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에서 홀로 살다 직장(直葬)이 된 노인의 모습은 멀리 볼 것 없이 도시의 쪽방에서 죽어가는 우리노인들의 모습이다. 중국에 갇히고 히말라야에 갇혀 절절히 외롭게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은 그래도 정신적 부는 꼭 지닌다. 티베트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노인을 독방에서 혼자 보내지 않는다. 외롭게 지치지 않으니 치매를 앓는 노인은 더더구나 없다. 티베트 보다 훨씬 잘사는 우리나라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GDP의 0.7% 쯤을 저출산을 막는데 쓰고 있다. OECD평균 예산이 2.3%이니 3분의 1이 안 되는 형편없이 적은 돈이다. 한국의 신생아는 지난 10년 사이 30%가 줄어 낙태 건수나 큰 차가 나지 않는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지니 인구 대 재앙은 이미 예고돼 있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낳지 않고 결혼은 늦추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의 두려움을 모르고 태평스럽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중소도시에서마저 젊은 산부인과 의사 보기가 힘들고 아이 낳을 곳이 없는 군지역이 느는 추세다. 20명 반편성이 이채롭지 않다.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은 중국학생들을 끌어와야만 유지가 되니 5대 1 경쟁은 “아 옛말이여”가 됐다.
일본은 20년간 어린이 600만명이 줄었다. 노인인구는 지난 20년간 두 배나 늘고 생산인구는 줄어드니 지방의 소규모 초콜릿, 맥주 공장이 문닫는가하면 수도 사용량도 줄어들었다. 동경에만 빈집이 75만채나 된다고 한다. 한국 주택시장에도 1인 가구 추세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8천 가구씩 줄어든다고 한다. 모든 것이 줄이는 게 능사가 돼 버렸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들었거나 휴양시설로 바꾼 초등학교의 흉한 모습이나 경작을 포기한 잡초 밭을 너무 쉽게 보는 게 현실이다.
요즘 아이를 낳으면 예방 접종비만 15만원이 훨씬 넘는다. 이런 것도 해결 못하는데 아이하나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2억원이 넘는 살인적 교육물가를 두고 결혼과 임신을 조를 수 있을까. 인구대재앙이 출발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