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처럼 적극적으로 정치의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치권에 들어선 아마추어들의 등장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거물급일때는 기성 정치권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등 긴장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그런 관심인물중의 하나다.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밑에서부터 뒤흔들어놓은 안 대학원장의 정체를 놓고 세간의 설왕설래를 보니 어쨌든 기성 정치계에서는 반성할 일이다.
그는 최근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원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장 앞자리를 차지한 그의 행위는 이미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그것을 내놓고 보여줄 책임이 있다”며 안 대학원장의 행위를 지적한 뒤 “무슨 일을 할 때 권유로 끌려나올 수 있지만 일단 끌려나오면 자기 뜻이 확고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 대학원장이 처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박 후보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음이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고 박 후보에게 양보했다. 그러자 언론은 그가 내년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가상대결을 만들어냈다. 그의 행위 상당부분이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고 또 그 인기를 즐기고 있음을 그 자신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이자 CEO 이며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제 정치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도 자신은 한사코 정치인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방송인 김제동이 정치적 색깔을 묻자 “좋은 일을 하고 살자는 게 내 의지인데 외부에서 나를 자꾸 정치적인 존재로 만든다”며 “본의 아니게 정치권이나 공직 물망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그런 그가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됐다는 거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민선 교육감 출마와 당선은 그가 부인하든 말든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교육감 선거는 유력한 후보 없이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할거하고 있었다. 당시 언론은 영남대 총장 임기를 산뜻하게 마무리하고 기회를 엿보던 우동기 전 총장을 떠밀듯 교육감 선거판에 끌어들인 것이다. 경우는 달랐지만 그것은 김문오 달성군수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본인은 출마 여부를 고민할 때 언론이 무소속 돌풍을 만들어 준 것이다. 달성은 차기권력으로까지 불리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이다. 박 의원이 추천한 군수후보가 버티는 철옹성에 무소속으로 덤벼들었고 당선을 거머쥐기까지 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정치인이 되어 갔다. 지금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전투를 벌이듯 안 대학원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건곤일척 승부를 벌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는 시간을 벌고 있는 듯 보인다. 국민은 그에게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잡스는 죽기 전에도 결코 정치판 같은 곳은 기웃거리지 않았다. 적어도 잡스는 정치적인 자가발전 쇼는 하지 않았다. 내년엔 대선이 있고 그에 앞서 총선이 있다. 얼마나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또 어떤 식으로 등장할 것인가 흥미가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