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중퇴를 했던 사람입니다. 청소년기에 학교란 저에게 족쇄를 채우는, 의미 없는 곳이었습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관둬 버린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와 같은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소감이 수두룩하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드라마보다 훨씬 극적이고 감동적인 다큐”란 소릴 듣는 걸까? 연출을 맡은 정성욱 PD는 “프로그램을 처음 고민할 때 학교 교육에 대한 냉소적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후 학교에 대한 무력감을 가슴 속에서 지워낼 수 있었다는 시청소감을 보고, 우리 프로그램이 허공에 대한 외침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비단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시장경제원리를 교육정책에 도입하면서 학교는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은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드러났고, 2010년에 학업을 중단한 전국의 학생 수는 무려 5만 276명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사교육비는 20조9천억에 육박한다. 통계만으로는 `학교는 죽었다`라고 선고해야할 지 모른다. 하지만 EBS 교육대기획 `학교란 무엇인가`를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는 숨쉬고 꿈꾸고 성장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은 값지다.
1, 2부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접근한다. 매일 152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현실을 되짚어보고, 왜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가와 우리가 정말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 갈 방법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녹아 있다. 1,2부를 보고 나면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사람은 사랑과 믿음`으로 자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3부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주제로 배움 공동체 `이우학교`를 조명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2년, 내 생애 가장 따뜻하고 강렬했던 나날들!”이라는 어느 졸업생의 글 한 토막으로 `이우학교`를 말할 수도 있겠다. 4부는 `세계 최고의 고등학교`인데 한국의 민족사관고,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고, 인도의 마요 칼리지를 소개한다. 이 세 고등학교의 공통점은 강력한 `내적 동기`와 `자기 주도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이미 차원이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수십 개가 넘는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민족사관고, 매일 아침 OR(작문노트)을 제출하는 토마스 제퍼슨고, 토론과 함께 대중 앞에서 연설 훈련을 하는 마요 칼리지의 모습 등도 매우 인상적이다.
5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6부 `칭찬의 역효과`, 7부 `책읽기, 생각을 열다`, 8부 `0.1%의 비밀`, 9부 `사교육 보고서`, 10부 `노는 아이들이 기적, 서머힐 학교`까지 무엇하나 놓칠 게 없다. 간략하게라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이 여의치 않다. 모쪼록 `학교란 무엇인가`를 시청하길 권한다. 감사하게도 EBS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 보고나면 저절로 이야기꽃이 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