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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극일(克日)의 길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0-13 23:36 게재일 2011-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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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식대구대 석좌교수
흔히들 한·일 두 나라관계를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일컫는다. 양국 국민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그렇게 편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운동경기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는 져도 괜찮지만 일본만은 이겨야 되고, 일본의 불행을 내심 즐기는(?) 심사가 우리 국민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된 연유에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받은 수많은 침략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멀게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이고 가까이는 일제 36년간의 참혹한 침략이다. 더 최근에는 독도 영유권 문제로 늘 티격태격하고 있고, 지난 번 쓰나미 재해 때 우리 국민의 순수한 도움에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늘 이 순간 두 나라의 모습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일본으로부터의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매우 부족하고 겉멋만 추구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1965년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 된 후 지금까지 한 해도 우리가 무역전쟁에서 일본을 이겨본 적이 없다. 한·일간의 무역수지는 계속 일방적으로 적자만 기록하고 그 적자폭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대일 무역 적자가 300억 달러가 넘고 2001년부터 10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번 2천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는 10년간 일본과의 누적 무역적자인 2천400억 달러를 메우고도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 수출품의 핵심인 첨단 부품 산업을 대부분 일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큰소리를 친 다음해 우리는 IMF사태를 맞이했다. 이웃나라가 어려우면 형편을 봐줄 법도 한데, 그 해 일본이 우리나라로부터 빼 간 150억 달러라는 큰돈이 IMF사태의 주요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그 무렵 우리나라 외무부를 찾는 일본 관리들이 한국 대통령이 정말 `버르장머리`를 운운한 사실이 있는지를 늘 확인했다는 후일담이다. 큰소리만 치던 우리가 오히려 보기 좋게 버르장머리 고침을 당한 것이다. 한때 어느 국회의원은 `일본은 없다`라는 책까지 출판을 해 호들갑을 떠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일본의 국력과 저력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앙을 겪고도 끄떡없는 나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기를 죽이기 위해 일제는 만행을 저질렀다. 개인도 기(氣)가 살아야 하듯이 민족도 정기가 살아 있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우리민족의 선인들은 한반도를 만주벌판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호랑이로 비유하고 호랑이 꼬리를 뜻하는 호미곶의 일출을 노래한 바 있다. 일제는 자기네들의 식민지에 불과한 조선이 무슨 호랑이냐면서 토끼로 비하시켰기에, 얼마 전까지도 국민 모두가 토끼 꼬리로 알고 있었던 슬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제는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도 없애려고 하였다. 다행히 해방 후 유달영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이 나라꽃인 무궁화 살리기 운동을 편 결과, 오늘날 그나마도 무궁화가 이렇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정말 뛰어난 민족인 것 같다. 잿더미에서 불과 6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하계·동계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가 아닌가! 그것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준 전시상태에서 5천만도 채 안 되는 인구가 만들어 낸 성과이니 말이다.

독도 문제만 하더라도 지금 당장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가 되면 문서적인 입증자료는 일본이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부터는 요란스럽게 떠들 필요가 없다. 빈 깡통이 소리가 더 나는 법이다. 우리 모두는 이처럼 뛰어난 민족의 정기를 살려 나가면서, 소리없이 내공을 쌓아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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