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류 이상의 주거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부를 중심으로 가족들의 내적 가정활동이 이뤄지는 안채와 안마당이 하나다. 이곳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건물의 안쪽에 배치하였다. 또 하나는 남자 주인의 거실과 서재 및 접객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랑채와 사랑마당이다. 이곳은 외부와 접촉 활동이 용이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곳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사역인들의 거처나 마굿간, 창고 등으로 사용되는 행랑채가 있다. 이곳은 대문이 있는 곳에 배치하였다. 여기에 종가(宗家)에서는 택지의 한쪽에 담을 쌓아 그 안에 사당을 만들어 선조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하는 공간도 만들었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에 위치한「예천권씨 초간종택(醴泉權氏 草澗宗宅)」(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01호)은 현 소유자 권영기씨의 11대조인 `대동운부군옥`의 저자 초간 권문해(權文海, 1534-1591)의 조부 권오상(權五常)이 임진왜란 이전에 건축한 집이다. 숲이 우거진 뒷동산을 배경삼아 다소 경사진 대지에 동남향으로 건물을 앉혀놓았다. 정면에서 보면 사랑채는 우측 전면에 별당으로 세우고 안채는 2단으로 높이 쌓은 축대 위에 세워 건물 전체가 매우 높고 웅장하게 보인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5칸의 `口`자형으로 구성하고,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칸 우측에는 `ㄱ`자형의 안사랑채를 꾸며 별당형 사랑채와 건물을 연결해 놓았다. 안채의 대청마루 뒷벽에는 각각 두 짝의 열개널문이 달려 있는데 문틀의 중앙에는 고식(古式) 전통방식으로 가운데설주를 설치해 놓았다.
전체 건물의 우측에 위치한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인데 사당의 가운데 어칸 문틀 중앙에도 가운데설주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이 가운데설주의 단면은 `T`자형으로 문받이를 겸하고 있는데 위쪽으로 밀어 올려서 떼어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처럼 출입문에 가운데설주가 설치되어 있는 예는 안동 도산서원 장판각이 있긴 하지만 착탈식으로 설치된 가운데설주는 우리나라에서 이 건물이 유일하다.
초간종택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동운부군옥(보물 제878호)`은 역사를 비롯해 문학, 철학, 풍속, 인물, 예술, 지리, 국명, 성씨는 물론이고, 산, 나무, 꽃, 동물 이름까지 총망라 되어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옛 백과사전과 특이한 착탈식형 가운데 설주를 지닌 초간종택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몇 안 되는 소중한 목조주택 유구로 생각된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