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美대통령 참가로 전 세계에 전파
대구·경북선 77가구 보금자리 찾아줘
`사랑의 집짓기`라고도 불리는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의 사전적 의미는 `주거환경` `서식지` `보금자리` 등이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부담스런 이사 비용 때문에 좌절에 빠진 이웃에게 아담하지만 저렴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줘 자립의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해비타트 운동의 목적이다.
해비타트 운동을 일으킨 이는 미국인 밀라드 풀러(Millard Fuller)씨다. 그는 1953년 미국 조지아주의 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났다. 명석했던 풀러는 앨러배머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 변호사가 됐고, 29세에 백만장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돈맛을 알게 된 그는 돈 모으는 재미에 빠져 휴일 없이 일했고, 가족과도 멀어졌다. 그의 아내는 “돈만 추구하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 갈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풀러는 그때야 정신이 들었다.
이에 그는 1965년 살 집만 남기고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도했다. 1968년 아내와 함께 조지아주에 있는 코이노니아 농장이라는 기독교인 공동체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땅이 있어도 돈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하는 농장 사람들을 보고 `협동주택`을 생각하게 됐다. 여럿이 돈을 갹출하고 품앗이를 해 집을 지은 뒤 집을 얻은 사람이 건설 비용을 무이자로 장기간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듬해 풀러 부부는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로 건너가 이 아이디어를 시험했다. 당시 자이르 주민들은 쇠똥으로 지은 집에 살면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풀러 부부는 건축비를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 주민을 골라 시멘트 블록 집짓기 운동을 벌여 성공을 거뒀다. 부부는 1976년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 지어주는 일을 시작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국제 해비타트 운동의 첫 걸음이었다.
해비타트 운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 운동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카터는 2001년 해비타트 운동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6곳에서 동시에 무주택자를 위한 집 짓기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비타트 대구·경북지회는 1999년 결성됐다. 일년에 1~6채의 집을 짓고 있으며, 현재까지 무주택 77가구에 새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지회는 단순히 집만 짓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과 사랑도 전한다. 지난 4월 초에는 산불로 전소됐던 안동의 한 산골 마을에 주택 2채를 지어 무상 기증하기도 했다. 지회는 또 올해부터는 집 짓기 외에 집 고쳐주기 사업도 병행해 벌써 15가정의 집을 수리했다.
해비타트 대구·경북지회 석의환 상임이사 겸 사무국장은 “해비타트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사랑을 전달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으나 집을 무상으로 기증하기 보다는 당사자도 참가해 함께 하고, 집을 다 짓고 나서는 건축비를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데 시스템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