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하우스 선물도 5번째… 매년 2채 준공 목표
하지만 우리사회는 저런 기본조건마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이웃들이 많다. 상당수는 자신의 집이 있긴 해도 집이라고 부르기조차 열악하다. 많은 홀몸노인이나 생계유지가 어려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게중에는 곧 무너질 듯한 것도 있고, 저러다 폭설이나 태풍을 만나면 어쩌나 싶은 것도 있다. 곳곳에 비가 새고 곰팡이가 슬어 집안에선 숨쉬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저런 이웃을 위해 소매를 걷고 나서고 있다. 힘을 모아 집을 고쳐주고 도배를 새로 해 주며 청소도 거든다. 너무 험해 그냥 둘 수 없다면 많은 돈과 노력을 봉사해 아예 새로 지어 주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의 해비타트 운동이다. 우리 주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그 현장들을 몇 곳 찾아가 봤다.
철은 차갑고 단단하다. 또 무겁고 강하다.
하지만 철이 되기 전 쇳물은 너무도 뜨겁다.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어 연료탄을 태우기 시작하면 벌써 뜨거움은 상상을 초월하기 시작한다. 단단하던 철광석이 함께 열에 들떠 뜨거운 열기로 달궈진 고로에 쇳물이 고여들기 시작할 때의 그 온도는 최저 1천535℃. 그리고는 최고 2천750℃까지 상승하며 끓어오른다. 그렇게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POSCO)가 철을 만드는 과정은 뜨겁다 못해 열정적이다.
그리고 포스코의 저 뜨거운 열기는 이제 제철소 담장을 넘어 온 세상으로도 퍼져 나가고 있다. 세상 또한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뜨거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다양해 다 주워 섬기기가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봉사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랑의 집 지어주기`다.
그 중 포스코가 먼저 시작한 것은 고쳐주기였다. 시초는 만 5년 전 이맘때. 그해 11월 선택된 포항시 해도2동의 이모(53)씨 집이 첫 작품이었다. 지은 지 25년이 넘었던 이씨 집은 외벽 곳곳에 금이 가고 방안에 곰팡이가 피어 있던 낡은 다세대 주택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집 수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포스코는 방수작업을 하고 외장 공사를 해서 외부를 새단장 한 뒤 내부까지 말끔히 수리했다. 낡은 문짝, 장판, 도배지, 수납장, 싱크대는 물론 고물된 세탁기까지 새것으로 교체됐다. 일단은 포항제철소 인근 마을 어려운 이웃의 집부터 고쳐주기로 하고 포스코, 계열사, 외주 파트너사 등의 임직원이 함께 나선 첫 성과였다. 포스코는 그 이후 한 달에 한 채씩 꾸준히 집을 수리, 만 5년 사이에 62채를 새단장했다.
사랑의 집 지어주기는 2009년 가을에 포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고쳐주다 보니 그것으로 성이 찰 수 없는 더 어려운 이웃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을 집의 이름은 `사랑의 집 해피하우스`로 정해졌다. 건축공법은 스틸하우스. 철강재로 집 뼈대를 세우는 첨단 건축공법으로, 철 스크랩은 나중에 재활용할 수 있어 목재나 콘크리트 주택보다 친환경적이다. 공사 기간도 20여일로 짧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지으려면 1억여원의 거액이 들 정도다.
하지만 철 기업인 포스코와 포스에코하우징은 그런 부담도 스스로 도맡는다. 포항제철소에서 건축비용을 부담하고, 사회적기업인 포스에코하우징이 시공을 담당한다. 사원들과 자원봉사자이 일손이 돼 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으니 그만큼 다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게 그나마 큰 힘이 된다. 2년을 이어온 이 사업은 이달 중순께 제5호 집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최상문(82·동해면) 할아버지는 그렇게 진행돼 온 이 사업의 직전 완공 주택인 4호 집 입주자다. 지난 9월이 입택월. 할아버지는 “20여 년 살아온 나무 집이 지난겨울 폭설로 일부 무너져내렸으나 수리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며 “집 걱정이 하루도 머리를 떠난 적 없다가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되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고 했다.
부인 배영수(75) 할머니는 “화장실이 실외에 있어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힘들어 했고, 우풍이 세어 한겨울에는 집안에 있는 게 더 추울 정도였다”면서 “도와준 분들의 사랑을 또 다른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랑의 집 고쳐 주기와 집 짓기 봉사는 포스코가 지역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 갚는다는 취지에서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라며, “집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 연간 2채 준공을 목표로 집 짓기 봉사를 계속 이어나갈 것”고 밝혔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