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색 단풍과 억새 물결 유혹해도 산 무서운 줄 꼭 기억해야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1-10-07 20:59 게재일 2011-10-07 12면
스크랩버튼

산은 시가지 아닌 정글 절대 잊어서는 안돼

튀어나온 나무 낙엽 덮인 길 마저 조심조심

우리 말로 `실외 운동` 정도로 풀어쓸 수 있을 `아웃도어 스포츠`에는 등산, 자전거 타기, 조깅, 마라톤,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마운틴러닝), 캠핑, 낚시, 골프 등 다양한 종류의 것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단연 등산이다. 절반이 이걸 택하겠다고 밝힌 설문조사 결과가 그 증거다.

다만 특이한 것은 자전거 타기 선택자가 25%나 됐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별히 아웃도어 스포츠로 일반성을 갖지 못하던 자전거를 4명 중 1명이 선호한다는 것은 보통 큰 변화가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불어온 도심 자전거 열풍이 한몫 한 것 아닌가 싶다.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등산을 선호하는 것은 그게 만만해 보여서일지 모른다. 걷기나 산에 오르기는 오랜 세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 익숙하고 접근하기 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1천만원씩이나 한다는 산악자전거 등의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금전적 부담을 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등산 또한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낮은 산을 다녀오는데도 기본적인 지식은 갖추는 게 필수다.

■산에서는 겸손이 선결 조건

옛날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린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백두산을 몇 번이나 올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서 우리나라 산줄기가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 가는지를 살폈다는 감동스런 스토리도 그 일부였다.

그러나 뛰어난 산꾼들은 저런 이야기가 거짓말 중에서도 상 거짓말이라고 분개한다. 산 꼭대기에 오른다고 그 아래 산줄기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져 가는지 보일 리 없는데 무슨 헛소리냐는 것이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강탈해 엉터리로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산은 도심이 아니다

그런데도 산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저 교과서 서술을 그대로 믿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산을 오르는 적잖은 사람들도 무심결에 비슷한 생각을 하기 일쑤다. 산에 오르면 그 아래 산줄기가 한 눈에 파악되고, 산길은 저절로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 줄 것이라고 예단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 그와 반대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어진다. 이 사실부터 알아차려야 산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 산길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리라 믿어서는 큰일 난다. 길은 가다가 갈라지고 또 가다가 갈라져 도대체 어느 게 어떤 길인지 알기 힘들다. 깊은 산이라면, 잠깐 잡념에 빠지는 사이 제 길을 잃어 전혀 엉뚱한 골짜기로 나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까딱하다가는 전혀 다른 면, 전혀 다른 군으로 하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산은 두려워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만나러 들어가야 안전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길 잃을 상황에도 대비하는 게 필수다.

비상식량은 꼭 갖춰야 한다. 길을 잃지 않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체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럴 때도 필요하다. 머리에 쓰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헤드렌턴`도 항시 배낭에 넣어두는 버릇하는 게 좋다.

△부상을 두려워 해야

산은 얕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가지 같이 생각해서는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산에서는 발목이나 정강이뼈를 다치는 사고가 잦다. 그 정도야 뭐 대수겠느냐 할 지 모르나 절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산에서 다치면 구조가 어렵다. 동료들과 함께 갔다면 그들의 하루를 망칠 것이다. 119에 도움을 청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면 일은 더 참담해진다. 구조대원들이 접근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명심하는 게 좋다.

어렵게 구조된다 해도 몇 달을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 가벼운 상해인 줄 알았던 등산객이 평생 다리를 절게 된 경우도 있었다. 실수는 잠깐이었지만 대가는 이렇듯 무겁다.

눈을 다치는 사고도 드물잖다. 나무나 돌의 튀어나온 부분에 충돌하는 게 원인이다. 심각하면 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낙엽 덮인 길은 그 아래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움푹 파였더라도 낙엽이 쌓이면 평평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비 온 뒤라면 낙엽 아래 고인 빗물을 모르고 밟다가 미끄러져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저런 일을 피하려면 산에서는 절대 가벼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 무심결에 하는 행동 또한 애써 경계할 일이다. 감동이나 감격에 겨워 움직이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신중히 해야 한다. 이것 또한 산에서 배우는 수행법일지 모른다.

△챙길 필수품들

앞서 봤듯 급격한 온도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거듭 살피거나와 가을 날씨는 순식간에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특히 산 아래와 위의 기온차도 심하다. 산 아래는 따뜻하지만 산 정상은 영하의 기온으로 얼음이 얼거나 눈이 오는 경우도 있다. 1천m 이상 높은 산에 오를 때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방수 보온 기능이 있는 등산용 긴팔 바람막이 점퍼나 가벼운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평상복이나 얇은 옷, 면제품의 의류를 입고 산이 가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가을엔 일조 시간이 짧고 특히 산속에서는 어둠이 빨리 든다. 간혹 길을 잘 못 들어 시간이 지체되면 어둠에 갇힐 수 있다. 길을 잃을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 낮은 산에 가더라도 가급적 간식과 함께 고단백, 고열량의 비상 식량을 챙기는 것이 좋다. 헤드랜턴을 구비해야 한다. 가을은 또 물이 가장 귀할 때이니 반드시 식수를 챙겨가야 한다.

지도와 나침의도 필수다. 미리 사용법을 숙지해 둬야 한다. 이 둘 없이 산에 오르는 것은 눈 감고 길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