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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관리 잘 하고 걸음·마음 조절 잘 하는 게 첫걸음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1-10-07 21:09 게재일 2011-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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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땀을 많이 흘릴 소지가 있는 운동이다. 예를 들어 지금 같은 가을날엔 2시간 정도에 걸쳐 아침 일찍 평지를 10여km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땀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 산이라면 같은 사람이 10분을 못 걸어 땀에 흠뻑 젖을 수도 있다.

이같은 땀은 체온을 좌우한다. 흔히들 쉽게 생각할 소지가 있지만, 그 유지에 실패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게 체온이다. 등산 때는 무엇보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 경험으로 봐 여름철이나 겨울철보다 특히 그래야 하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사람도 있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으니 그럴 위험성이 적고, 겨울엔 워낙 추워 땀이 덜 남으로써 체온 하락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은 높이 올라갈수록 자연적으로 기온이 떨어진다. 100m에 몇 도가 떨어진다는 식의 계산법까지 나와 있을 정도이니, 그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거기다 바람이 불고 안 불고에 따라 체감온도에 또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이 바로 체온이다.

△땀 처리 능력이 뛰어난 섬유

땀을 잘 빨아들이기로는 면 제품만한 것이 없을 터이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산에 가는 아들에게 면티셔츠 등을 챙겨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면제품은 땀을 잘 빨아들이기는 하되 땀을 품고만 있을 뿐 제빨리 내다 버리지 못한다. 배출능력이 꽝인 것이다. 그래서 땀에 절어든 면제품을 그냥 입고 있다가는 체온을 뺏겨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젖은 옷을 말리는데 체온을 마구 뺏기기 때문이다.

그럼 등산복에는 어떤 소재가 적절할까? 땀을 잘 빨아들이고 잘 내뱉는 섬유가 좋다고 한다. 이런 성질을 생산업계에서는 `속습속건`(速濕速乾)이라는 모양이다. 빨리 젖고 빨리 마른다는 뜻이다.

어떤 섬유가 그럴까? 화학섬유 중 폴리에스터가 등산복 소재로 주로 쓰이는 듯하다. 값비싼 등산복을 들여다보면 거개가 이 폴리에스터다. 이 섬유가 정말 최고의 속습속건 소재인지는 전문가들이 답할 몫이겠으나,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등산복들은 거의 폴리에스터로 보인다. 이 폴리에스터를 추가로 가공해 폭신폭신하게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하면 그런 옷감에는 또다른 이름들이 붙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중요한 것은 속습속건이고, 그 기본되는 소재는 폴리에스터가 아닌가 싶다.

△비-바람을 막아줄 섬유

그러나 몸에서 나가는 땀만 경계할 대상은 아니다. 밖에서 몸 속으로 파고드는 비나 바람은 또 다른 대응 과제다. 그런 걸 그냥 둬서는 체온이 순간적으로 폭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우선 바람을 보자면, 그 정도 막는데는 두꺼운 평상복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옷이 가진 단점이다. 부피가 너무 크고 무게가 무거워 갖고 산에 오르기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부피는 작고 무게는 가벼운 옷도 있을까? 있다. 급할 경우 우비만 뒤집어 써도 그런 역할을 해 준다. 일회용 비닐 우비 정도는 항상 배낭 속에 챙겨 넣어둬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비닐 우비를 뒤집어 쓰고는 등산을 제대로 하기 쉽잖다. 좀더 전문적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옷은 없을까? 물론 있다. 생산업체들이 개발해 놨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수요에 맞춰 공급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공급이 앞장서서 수요를 창출하기까지 하는 게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이 흔히 말하는 `바람막이`다. 영어로는 `윈드 무엇무엇`이라는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이들 제품의 주요 소재는 바람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나일론 등등이다. 매우 가볍고 작은 부피로 제작돼 나온다.

그러나 이런 가벼운 바람막이는 대체로 봄-여름-가을까지 쓸 만하다. 겨울용 바람막이가 따로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겨울철에 쓰는 바람막이는 더 두꺼워서 찬 바람을 막으면서도 동시에 바람을 잘 통하게도 해서 땀을 말릴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제품이 있을 수 있을까?

생산업계서는 있다고 홍보한다. 국내에서 흔히 `고어텍스`라고 그냥 통하기도 하는 겉옷이 그런 유형의 일종이다. 하지만 `고어텍스`는 고어라는 미국인이 발명한 섬유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이자 생산회사 이름이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른 회사 제품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제품은 어지간한 비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제품의 흠은 대체로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당한 산꾼이 아니라면 구태여 장만하려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제때 옷 입고 벗기를 통한 땀 조절

한 마디로 등산 때는 땀과 바람막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날씨가 차가울 때는 특히 그렇다. 옷을 제대로 골라 입고 바람막이 사용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이 그 기본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겉옷을 입고 벗는 일을 제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사람들은 산에 오를 때 온갖 겉옷을 갖춰입고 출발한다. 폼 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얼마 안 올라 땀에 흠뻑 젖고 말 것이다. 10분이 안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꼭대기에 오를 즈음에는 땀으로 목욕을 한다. 그때서야 옷을 벗는다. 아, 시원하다! 하면서.

그러나 저게 바로 고생길로 들어서는 행동이다. 저래서는 체온을 감당하기 어렵다. 위험할 수 있다.

등산 때는 옷 입고 벗기를 저와 반대로 해야 한다. 오를 때는 겉옷을 벗고 오르는 게 옳다. 다 올라서는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하고, 그러고도 부족하다면 바람막이까지 꺼내 입는 게 좋다.

또 어떤 이들은 정상에 오르자마자 옷을 아예 갈아입어 버리기도 한다. 땀에 의해 체온 뺏기는 일을 원초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물론 산에 오를 때 여벌 옷을 꼭 챙겨가야 한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마찬가지다.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게 가장 권할만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마음 조절 통한 체력 관리

아이들과 산에 오르다보면 출발하자 마자 질문에 시달릴 때가 많다. “아빠, 어디쯤 왔어?”, “엄마, 얼마나 더 가야 돼?”…

체면상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어른들 중에도 끝없이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초보자들이 있다. 자꾸 고개를 들어 산 정상을 확인하려 애쓰고 반복해서 시계를 들여다 본다. 마치 빨리 끝내고 돌아가면 집에 꿀단지라도 기다린다는 듯이.

그러나 저건 진정한 산꾼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저래서는 등산이 힘만 들고 재미가 없다. 숨이 거칠어져 체온관리도 힘들어질 수 있다.

등산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일로 그치는 게 아니다. 거기 올라 좋은 조망을 즐기는 것, 올랐다는 성취감에 스스로 감동 하는 것, 그것이 등산의 전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등산이 끊임없는 자기 수행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조급한 마음, 도시의 속도감에 젖어 뱅뱅 돌지 않고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그 마음을 이기는 게 등산이라는 뜻이다. 시계를 보지 말고 남은 길을 묻지 말라고도 했다. 그냥 `해가 지면 끝나겠거니` 하고 조급증을 꺾어 누르며 꾸준히 걷는데 열중하라고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걸음에 오르내림이 없어지고 마음에 숫자놀음이 없어지거든, 그때는 `산을 조금 알아가는구나` 하고 스스로를 도닥여줘도 좋다는 얘기였다.

△걸음 조절도 중요한 기술

걸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마구잡이 빨리 걷는 게 능사가 아니다. 숨이 차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속도는 어떻게 늦출까? 전문가들은 보폭을 줄이라고 권한다. 한번에 30㎝씩 걸었는데 숨이 찬다면 20㎝로 줄이고 또 필요하면 10㎝로 줄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숨이 덜 차고 땀도 덜 난다고 했다. 이것 또한 명심할 등산 기술이 아닌가 싶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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