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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수인가, 과실수인가?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09-26 23:09 게재일 2011-09-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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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안포항중앙교회 부목사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다. 한 낮에는 제법 햇볕이 따갑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곡식과 과일이 결실하는데 너무도 좋은 날씨이기 때문이다. 풍성한 결실은 농부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성경에도 하나님은 농부로 비유된다. 요한복음 15장에서 하나님은 농부이시고, 예수님은 포도나무이고, 우리 인생은 가지라고 말한다. 왜 하필 포도나무일까? 포도나무는 재목으로도 쓸 수 없다. 꽃으로나, 향기로나 관상용으로나, 약용으로나, 심지어 화목으로도 쓸 수 없는 나무다. 포도나무는 오직 하나, 열매로만 그 가치가 존재할 뿐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열매라는 사실이다.

농부의 마음은 똑 같이 많은 결실을 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든 인생은 보고 즐기기 위한 관상수가 아니라 열매를 얻기 위한 과실수로 살아야 한다. 창조주 되신 하나님이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이다.

예화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천사 셋이 `하나님은 무슨 재미로 살까?` 궁금해서 하나님께 물었다. 그랬더니 하나님이 가장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찾아 가져오라고 숙제를 냈다. 각각 사진을 한 장씩 가지고 왔는데, 첫 번째 천사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들판을 바라보며 만족해하는 농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져왔다. 두 번째 천사는 10년 만에 얻은 아기를 품에 안고 기뻐하는 어떤 여인의 얼굴을 내밀었다. 세 번째 천사는 큰 작품을 완성하고 자신의 그림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화가의 미소를 드렸다. 하나님은 천사들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하시면서 “사람은 그가 맺은 열매로 산다”고 하시면서, 하나님도 인생들의 열매를 보는 재미로 사신다고 하셨다고 한다.

사실 열매를 거두는 일이 쉽지는 않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마무리 되었다.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수고의 열매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사인 볼트는 아쉽게도 100m에서 실격하고 말았다.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도 결국 자신의 기록을 달성하지 못하고 6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우리교회 부활동산에 벌초하러 갔다가 2개월 만에 자란 풀을 보고 놀랐다. 심지도 않고 뿌리지도 않았는데 가라지는 잘도 자란다. 반면에 열매를 기대했던 매실나무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열매를 거둔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로비스트 박 모씨가 모 교회 집사라고 언론이 혹평을 한다. 열매 없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도 엄청난 조롱을 당한다.

오늘 우리는 어떤 열매를 내고 있는가? 예수님은 말씀하기를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다. 사도 바울도 두 종류의 열매를 이야기 한다. 육체의 열매와 성령의 열매이다. 육체의 열매는 음행, 더러운 것, 호색, 우상숭배, 주술, 원수 맺는 것, 분열함, 이단, 투기, 술 취함, 방탕함이라고 나열하고 있고, 성령의 열매는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양선, 충성, 온유, 절제라고 말한다. 오늘 나는 어떤 삶의 열매를 맺고 살아가는가, 이 가을에 내가 맺고 있는 열매는 어떤 것인가 돌아보게 된다. 나의 열매로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활짝 웃음이 피어나는가. 시인 윤동주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에서 자신의 인생의 가을에 맺을 열매들을 이야기 한다. 사람들에 대한 사랑, 최선을 다함, 상처주지 않는 말과 행동, 좋은 생각과 좋은 말과 좋은 행동…. 좋은 열매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하는 바이다.

우리 삶의 자리에는 씁쓸한 삶의 열매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50억을 카이스트에 기증하고 자신은 26평 실버타운으로 들어간 노부부의 참 상큼하고 맛나는 열매 이야기들도 있다. 이 가을에 좋은 열매를 맺는 좋은 인생이 되길 조용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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