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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가 뭐 어때서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9-26 23:22 게재일 2011-0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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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대구본부장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논란속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 공사의 화룡점정이라 할 보 공사가 끝나고 이제 공개 개방식이 시작되고 있다.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공들여 모양새를 다듬은 보가 낙동강 고령군 다산면과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걸쳐 건설된 강정·고령보다. 그런데 이름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름에는 스스로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부르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특히 지명과 관계될 경우 유래와 특성을 모두 상징하고 장차에도 지역민들과 가치를 공유하게 된다. 국제행사를 개최할 때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조 단위라는 등의 선전에서도 그 이름을 두고 지역간 양보없는 다툼이 벌어지는 까닭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김천(구미)역 이름을 결정하기까지 김천시와 구미시가 오랜 갈등을 빚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2003년 공사를 시작할 때는 김천역이었으나 공사기간 내내 구미 쪽에서 안다리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이용객의 70~80%가 구미시민이고 구미의 시세가 훨씬 큰 만큼 역 이름에 구미를 넣어야 한다고 철도공사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에 맞서 김천시는 역사가 김천시 (남면 옥산리)에 들어서는데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도시`인만큼 역 이름조차 빼앗길 수 없다는 여론이 들고 일어났다. 양 지역은 단체장과 의회, 상공인과 시민들까지 나서서 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이름을 놓고 기세싸움을 벌였다.

낙단보는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와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를 잇는 낙단교 인근에 있다. 경부고속도로나 낙단교가 근래에 개통됐더라면 대구부산고속도로나 낙동단밀교가 됐을 것이다. 이는 천안아산역이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알 수 있다. 이젠 사람들이 그냥 지명의 머릿글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한자세대의 몰락과 함께 이름도 모두 쓰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정은 달성군 다사읍의 마을 명칭이다. 이곳 낙동강변에 1969년부터 토석으로 쌓은 강정보가 있었다. 새로 지은 보도 처음부터 강정보로 불렀으니 이름을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는 달성군의 주장이다. 고령군에서는 처음 강정보라고 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은 시인한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군수가 바뀌면서 이름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인근 하류에 달성보가 건설돼 있기도 하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고령은 낙동강연변 55km에 걸쳐 있다. 보의 주탑도 가야금을 형상화했고 보를 이어주는 길이 810m의 다리 이름도 우륵교다. 무엇보다 보의 시설과 친수공간이 고령군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달성보를 갖고 있는 달성군이 강정보까지 고집한다”며 욕심이라고 했다. 고령은 이 지역이 낳은 악성 우륵 선생을 기리는 우륵문화제를 열고 우륵박물관까지 둘 만큼 우륵과 가야금을 고령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령군의 주장에 달성군은 발끈한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멀쩡한 강정보가 왜 갑자기 강정·고령보냐? 우륵교라는 이름도, 보의 컨셉이 고령을 상징하도록 양보한 것도 모두가 강정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연부락 이름인 강정 뒤에 군 명칭인 고령이 붙은 것은 누가 봐도 송아지에 코끼리가 붙은 모양새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차라리 강정다산보라면 생각이라도 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령이 싫다는 거다.

달성군과 고령군은 경북 남쪽에 낙동강을 끼고 나란히 이웃한데다 달성군이 대구직할시로 편입되기 전 까지는 국회의원 선거구도 같이 했고 정서도 비슷한 오랜 이웃이었다. 대구와 경북으로 행정구역은 나뉘었지만 어느 단체보다 교류가 많은 이웃 사이다. 강정·고령보가 낙동강 양안을 잇듯 달성군과 고령군이 강정·고령보 개통으로 이름 논란을 끝내고 서로 도와가며 옛날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다음달 예정된 개방식에는 양 군이 화합하는 통 큰 양보를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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