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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고찰 예천 용문사 자운루(龍門寺 慈雲樓)

영남이공대 교수
등록일 2011-09-22 21:17 게재일 2011-09-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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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용문사 자운루
예천군 용문사는 김천 직지사의 말사로 신라 경문왕 10년(870)에 창건된 신라 고찰이다. 자운루는 고려 의종 20년(1166)에 창건하여, 조선 명종 16년(1561)에 중창하고 광해군 때 중수한 건물로 1979년 해체 복원한 바 있다.

건물 구조는 댓돌 기단위에 큼지막한 덤벙 주초를 놓고 정면 5칸 측면 3칸의 원주를 세운 중층(2층) 맞배지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루 상부와 루 하부의 원기둥은 별개로 되어 있다. 루의 전면에 설치된 창틀 중앙부에 문설주가 세워져 있는데 이를 `가운데설주` 또는 `중간설주`라고도 한다.

필자가 조사 나가기 1년 전인 1984년 4월 초파일 대형화재가 일어났다. 이 때 보광명전은 전소했지만 대장전(보물 제145호)은 안전했다. 고려시대 명종 3년(1173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대장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대장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윤장대(보물 제684호)를 비롯해, 용문사 교지(보물 제729호), 대장전 목불좌상(보물 제989호) 등이 현존해 있다. 특히 1173년 자엄대사가 설치한 `윤장대`는 글을 읽지 못하는 중생을 위해 돌리는 것만으로도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회전식 불경 보관대`를 불단 앞 양쪽에 두 개를 거치해 놓았다.

윤장대는 높이 4.2m, 둘레 3.3m의 화려한 팔각 정자 형태다. 이를 법당 마루에 구멍을 뚫어 아랫부분을 팽이처럼 만들어 세우고 돌리기 쉽게 손잡이를 달아놓았다. 1984년 화재 당시 거대한 윤장대 2기를 이 사찰의 남자 신도가 혼자서 뽑아들고 화마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전한다. 실물을 보면 믿기 어려운 일이다.

가운데 설주가 있는 용문사 자운루가 문화재로 지정된 후 15년이 지난 2000년 가을, 예천군으로부터 용문사 자운루의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이 들어왔다. 사찰측에서 자운루를 축대 높이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운루의 위치가 낮아 비가 오면 물길이 자운루로 향해 문화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용문사는 윤장대가 있는 대장전과 그 앞의 자운루가 동일 축선상에 놓여있는 루하진입형(樓下進入形)의 전형적인 산지가람이다.

대장전 기단에 서서 바라보면 자운루 지붕 용마루 너머 아주 멀리까지 첩첩이 겹친 산능선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전통 산지가람의 특징이다. 자운루를 축대 위로 높이면 이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래서 현상변경 신청은 부결시켰다.

기존의 자운루 주변 축대를 높이고 마당을 성토한 것이 비가 오면 자운루 측으로 물이 흐르게 된 원인이었다. 문화재 주변의 지형이 변형되어 문화재 주변경관이 손상되고 문화재보존에 문제가 야기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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