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만방 당구장 주인을 만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22 23:20 게재일 2011-09-22 19면
스크랩버튼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내가 살아가는 동네는 서울에서도 서교동 근처 홍대입구역 쪽이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면 나타나는 역인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핫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뭔가 유행을 타는 현상에 핫이라는 말을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홍대입구역 근처가 말하자면 핫 플레이스, 뜨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행의 첨단을 걷는 곳이 바로 이 홍대입구역 근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홍대입구역이 언제부터 이렇게 유명하게 됐냐 하면 그 예전에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나니까 압구정동 쪽으로 몰리던 사람들이 홍대입구 강북쪽으로 오면서 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하나의 설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한다. 정작은 이쪽 분위기가 서교동 옛날 전통적인 안정감이 배여 있어서, 이에 더하여 첨단 문화가 형성되니까 묘한 매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본다.

사실 지금부터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쪽 동네에는 큰 가정주택이 많았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전통적으로 서울 토박이들이라고 한다. 내가 이쪽 동네로 이사 온 게 어언 17년 정도가 되는데, 그때 세를 내준 주인집도 택시운전사를 하는 분이었는데, 서울토박이라는 것을 내세우듯 말씀하셨던 것이다. 작은 집이든 큰 집이든 서울 토박이가 많은 곳이 서교동, 합정동 하는 전철 2호선 근처 동네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그런 단독 가정주택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 수많은 첨단 문물이 밀려들어옴과 더불어 가정 주택들은 하나씩 변개되고 쓸려 없어지고 해서 지금은 남아 있는 가정주택조차, 카페니, 바니, 커피숍이니, 출판사니, 다들 변신들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세태가 자못 안타깝기도 한 사람으로서 이 동네 변화를 사진으로 담아 두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린 나인지라 지난 일요일 아침에도 나는 스마트폰을 `둘러메고` 홍대 입구 역쪽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요즘에는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둘러메는 세상이 된 것이다.

홍대입구역 주변의 변화를 사진에 담아두기 위해 이리저리 걸어보니 `캣 카페`라는 것도 생겼다. 고양이 카페라면 고양이처럼 귀여운 카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카페라는 것이다. 고양이 보러, 고양이 즐기러 오는 사람들,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요즘 세태가 고양이스러워졌다는 것인데, 그럼 개와 다른 고양이의 특성은 뭔가?

개인주의, 에고이즘이 강한 것이 고양이임은 다 아는 사실이리라. 이런 에고이즘의 세상에 `캣 카페`가 성업을 이루기 시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캣 카페`며 생긴 지 꽤 오래되었으나 잘 못 보고 지나치던 일본 사케집의 간판을 촬영하고 있을 때, 당신 뭐하는 사람이요? 하고 자못 거칠게 질문을 던지면서 앞으로 썩 나서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만방 당구장 주인.

겨우 이런저런 설명 끝에 간첩은 아니라고, 오해를 풀고 나니, 이 양반, 갑자기 말문이 터져 정말 이 동네에 관심이 많다면 당신 참 운 좋다, 나 잘 만난 거다, 내가 한 자리서 당구장만 16년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 동네가 그렇게 화려해 뵈냐? 겉만 보고 생각하면 큰 일이다, 지금 이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고 산다.

필자가 왜냐고 물은 건 당연지사. 요점은 집세가 너무 세다는 것이었다. 두 달만 밀려도 당신 없어도 돼니 집을 좀 비워달라고 한다는 것인데, 그 집세가, 장사가 돼든 말든, 당신들 스케줄대로, 20만원이든 30만원이든 차착없이 올려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우리가 지금 머슴이여, 머슴이 뭔지 알어, 소작농 말야. 조선시대 소작농하고 우리가 지금 똑같은 사람들여.

겉이 화려한 가게들도 지금 한숨이 많다. 나는 만방 당구장 주인이 바둑으로 따져 만방은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이 화려한 골목의 속사정이 참 딱한 것이었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