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뜻을 겸비한 우리말에 부정이란 말이 있다. 바르지 않고 옳지 않은 부정(不正)이 있고 일정하지 않는 부정(不定)과 여자가 정조를 지키지 아니함을 뜻하는 부정(不貞)이 있으며 깨끗하지 못하고 더러운 것을 부정(不淨)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부정(不正)은 정의, 도덕, 그리고 부패와 불의를 가리키는 얘기들이다. 부정이 번식하면 사회는 붕괴한다. 부정은 정의를 범하지 못하며 부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로울 것이 없다고 했다. 도덕적으로 부정한 것치고 정치적으로 바른 것은 없다. 가난한 자나 서민층의 부정은 엄격하고 강하나 고위층의 부정은 가장 큰 죄악으로 인정하면서도 너그럽다는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부당한 이득을 얻지 말라. 그것은 손해와 꼭 같은 것이다.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정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또 타인의 부정을 부정으로 갚아서도 안된다. 부정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는 것보다 부정을 범하는 쪽이 훨씬 불행하다”고 했다. 죄를 범하는 자는 자기에 대해서 범하는 것이다. 부정한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는 의미에 있어서 자기의 부정에 대한 희생자다. 사람을 속이고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는 쪽이 더 낫다. 왜냐하면 이득을 보아도 끝내 한탄하는 신세가 되지만 손해의 한탄은 한 번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부정을 비난하는 사람이란 자기가 부정을 행할 것을 겁내고 비난하는 데에 있지 않고 부정을 뒤집어 쓸 것을 겁내어 비난하는 것”이라 한다. 법은 성자(聖者)를 위해서 제정된다. 더구나 그것도 그가 부정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부정을 자기가 뒤집어 쓰지 않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부정을 행하는 본인조차 부정을 미워하고 있다. 부정은 독버섯이며 부정을 다 들추면 지구는 독액으로 가득차게 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