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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자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20 23:04 게재일 2011-09-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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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과 같다. 그 마지막 도달점은 개인마다 천당이나 극락, 소멸 등 그가 자라온 환경과 믿음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죽음까지의 과정이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데는 누구나 동감한다.

사람의 인생길에는 논밭 사잇길, 오솔길, 비포장 도로, 등산로, 신작로, 고속도로 등이 있다. 재수있는 사람은 고속도로를 휘파람 불면서 달릴 것이다. 제일 억울한 자는 달리는 길에서, 표식도 없이 낭떨어지를 만나는 사람이다. 짐을 지고 힘겹게 오솔길을 가는 사람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보다 수십 배의 고통을 당하지만, 종교에서는 어느 길로 가고 있든, 모두는 신을 찬양하라고 한다. 그 결과에 대한 해답은 신만이 알고 있고, 숙명이라면서… .

인생길은 험난하다. 평평한 곳은 잠시일 뿐, 가파른 산속 길에서 지쳐서 쓰러지거나, 물웅덩이에 빠지거나, 무서운 짐승을 만나기도 한다. 오솔길을 가다가 장대비를 만나면, 물에 흠뻑 젖고, 찻길은 홍수로 유실될 수도 있다. 동행자가 없으면 지겹고 따분함을 느낀다.

재수 좋아서 고속도로를 달려도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숨어 있다. 간혹 휴게소에서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지만, 이 사람도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같다. 또 현실에서는 가난한 자와 부자는 자기들끼리만 모여, 각자의 코스를 걸어감으로, 서로가 도중에 마주치기는 매우 힘들다. 어느 길로 가든, 그는 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해야 한다. 가는 길에 나무가 쓰러져 있으면 치워 주고, 두려운 상황이 나타날 때는 생명을 보호해 주며, 옆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에는 외면하지 말고 도와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선한(지혜 있는, compassion, 體恤, 矜恤) 사람`이라고 한다. 선한 삶, 지혜로운 삶이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감을 많이 하면서 살 때를 말한다. 지혜로운 행동에는 자원 봉사, 나눔과 섬김, 기부, 공감 형성, 장애자 보호 등이 있다. 현실에서는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민간 봉사 단체와 함께 사회를 밝고 기쁘게 하는 것으로, 우리 모두는 찬사를 보낸다. 정보가 넘쳐나고 인구가 많은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구를 통해서도 선행을 할 수도 있다.

지혜(선)는 순간순간의 위기를 잘 넘기는 사람의 노련한 기술을 격려하기 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정신과 행위를 권장한다. 그러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주로 사용하는 것은 `잔머리 굴리기`이다. 이것은 잔꾀를 부리고, 꾸미고, 지름길만을 찾는, 얄팍한 술수를 말한다. 또 사람은 그것을 하고 싶은 욕구를 항상 가지고 있다. (선한)지혜로운 생각을 실행하면,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선(지혜)은 꾀를 부릴 줄 모르기 때문이다.

선한(지혜 있는) 사람은 마음의 기본을 `민망함`과 `송구(悚懼)함`에 둔다. 이 단어는 과거 동양 문화권에서 많이 사용했으나, 사회가 복잡하게 변한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민망함은 비통히 여김, 불쌍히 여김, 어쩔 줄 모름, 안타까움, 남을 섬김 등의 자세다. 송구함은 도움을 받았을 때, 되갚지 못하고 도움 받음에 대한 기쁨을 마음 안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고마움, 미안함, 등을 말할 때 사용한다. 7정(七情)은 본시 희로애구애오욕으로 표현 했다.

선한(지혜)자는 강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도움이 필요한 자, 즉 병자, 가난한 자, 품팔이,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평소에 깜박 잊어버릴 수도 있는 사회적 약자인 우리 이웃들의 사연을 듣고, 관심을 가진다. 선한 자는 가난한 사람을 조롱하지 않고, 이웃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눈을 뜨고, 귀와 마음을 열어서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못 본채 고개를 돌려 버리지 않는다. 귀 막고 들어주지 않으면 자기가 울부짖을 때 아무도 들어 주지 않을 것을 안다.

긴 인생에서 여러가지 테크닉(기술)은 때에 따라서 필요할 수도 있다.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선한 목표를 먼 미래에 두고 그 목표를 이뤄 나가는 데 있어서, 선현은 기슬보다 지혜 쪽에 대해 많이 듣고 생각할 것을 권한다. 긍휼은 지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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