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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피소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20 23:22 게재일 2011-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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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즐기는 음식을 들라면 한없이 많겠지만, 요즈음 많이 먹는 것은 아무래도 사는 곳이 바닷가라서 해산물 종류라고 볼 수 있겠다. 매일 먹는 것은 밥과 김치가 주종을 이루지만, 밖에서 먹게 된다면 물회, 초밥, 해물찜 등이다. 손님이 오면 가끔 `과메기`나 `대게`를 먹기도 한다.

어릴 때는 서울과 충청도를 오가며 생활했는데, 그때 우리집에서 잘 해먹던 음식들은 된장찌개, 김치찌개, 갈치구이, 꽁치조림 등이다. 내가 가장 좋아 하던 것은 감자된장찌개이다. 지금도 된장찌개를 좋아하지만 특히 감자 넣은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변하지 않는 내 식성이다. 나는 찐감자, 구운감자, 부친감자, 후렌치후라이 등을 모두 좋아한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아이들을 따라 햄버거와 피자를 많이 먹었지만, 다른 미국인들처럼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 이탈리언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며 송아지고기 스테이크, 중국식당에서 땅콩닭고기, 몽골리안 비프 등을 자주 주문했었다.

엘에이 코리아타운플라자 후드코트에서 가끔 식구들과 맛보던 것이 월남국수로 알려진 포(Pho)이다. 쌀국수지만 우리나라 국수와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물 맛이 다르고 생야채가 아주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고깃국물에 아주 가는 흰쌀국수, 그리고 아주 얇게 썬 편육이 꽤 많이 들어 있다. 별도로 접시 가득 채워져 나오는 것은 아삭아삭한 생 숙주나물, 얇게 썬 청고추, 양파, 그리고 독특한 향을 내는 푸른 잎과 줄기. 국물에 야채들을 다 몰아넣고 두 조각 레몬까지 짜 넣으면, 먹을 준비 완료. 산뜻하면서도 맛과 향이 아주 진하다.

이 월남국수를 처음 맛본 것은 20여년 전이다. 그 당시 로스앤젤리스의 한 건설회사에 프로젝트매니저로 일했었는데, 이때 동료들과 꽤 먼 곳까지 드라이브해 점심으로 먹던 음식이 이 포이다. 좀 중독됐다 할 정도로 점심의 주메뉴로 등장했었다.

몇 년전 하노이에 3박4일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머문 곳이 호텔이 아닌 대학교의 게스트하우스라서 아침식사를 밖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근처 시장통에서 3일 연속 아침으로 때웠던 것이 이 베트남 국수였다.

국수라기 보다는 수제비에 가까운데, 고깃국물에 칼국수반죽을 대충 띄워 넣고 큰 칼로 탕탕 잘라 넣은 삶은 돼지고기조각을 고명으로 얹은 것으로, 맛은 포와 거의 비슷했다. 가격이 얼마였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정말 이런 곳이 있을까 정도로 건물내부도 탁자와 의자도 아주 지저분한 식당이었고, 말도 통하지 않았으나 맛 하나는 일품이라서, 매일 아침 들렀었다.

몽골 울란바타르 여행을 갔을때 인근의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양 한 마리 `허르헉`을 주문한 적이 있다. 허르헉은 양 뱃속에 뜨겁게 달군 돌맹이를 넣어 고기를 익힌 몽골의 전통음식이다. 같이 익힌 감자와 함께 매우 맛이 있었는데, 12명의 일행이 먹고 먹어도 반 이상 먹기는 힘들었었다. 우리는 살코기만을 좋아하는데 비해서, 몽골인들은 기름 붙은 부분을 더 좋아 한다고 한다.

한번은 한 몽골인 유지가 울란바타르에서 제일 좋다는 전통음식점에 초대해 주었는데, 테이블 중앙에 커다란 양 한 마리가 삶아져 있었다. 초대인이 커다란 칼로 고기를 잘라 나눠주는데, 살이 잔뜩 붙은 커다란 갈비 하나를 내 접시에 놓아 주면서 `몽골에서는 이것을 다 뜯어먹고 빈뼈를 내보이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다른 음식들도 있지만, 마유주를 자꾸 권하는 상황에서 빈뼈를 내 보인다는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계를 여행하며 맛보는 음식이 많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미식가는 되지 못한다. 음식을 초반부터 마구 먹어대니 맛을 음미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도 물론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습관이 조금씩은 고쳐지고 있으니, 이제 음식탐방가로서의 취미를 살려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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