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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효능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9-20 21:42 게재일 2011-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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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 중에서 가장 예지적인 것은 아주 뛰어난 기능적인 손을 가졌기 때문이다. 손은 도구 중의 도구이며 인간 정신은 형상(形相) 중의 형상이다. 그래서 손은 연장 중의 연장이다. 거칠고 투박한 손은 의리가 깊은 표지이며 노동으로 굳은살 박힌 손에 복이 있다는 말도 있다. 손은 천재다. 손의 천재는 발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재주가 둔한 것을 발바닥 같다고 한다. 발로 걸어다니거나 달리 수는 있어도 물건을 붙잡거나 만들 수는 없다. 철학자 안병욱의 `행복의 미학`에 “사람은 손에 의해서 대표된다. 사람이 부족한 경우에 우리는 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운동선수에서 `선수`란 말은 `뽑혀진 손`이라는 뜻이다. 손이 사람을 대표한다. 무슨 일이든지 내 마음대로 될 때에 내 수중(手中)에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일과 관계를 끊을 때에 우리는 손을 뗀다고 한다. 일 처리에 재주가 탁월하면 수완이 있다고 한다. 수예나 수공이니 하는 말은 손의 창조적 재능을 표시하는 말이다. 우리는 도와주는 사람을 조인(助人)이라고 하지 않고 조수(助手)라고 한다. 도와주는 손이라는 뜻이다”고 했다. 만약 눈을 감고 있다면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손이라 생각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든지 또한 두 손을 사뿐히 한데 모아 합장을 한다든지 딱딱 손가락 마디를 치고 앉았다든지 손은 오히려 입보다 그 사람의 초조한 마음과 무료한 심사를 밝히 설명해 주는 것이다. 손으로 말하기도 한다. 운동경기에 손으로 사인을 보내고 대화도 한다. 수화(手話)란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탐욕한 손은 항상 무엇을 가질려고 움켜잡지만 찾는 자의 손은 언제나 열려 있고 우주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듯이 뻗고 있다. 그러나 손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고 폭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갑게 인사하는 손이 있고 갱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손은 공포감과 비정감을 주며 사랑의 손이 피의 손이 되기도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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