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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안철수 그리고 정몽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19 23:48 게재일 2011-09-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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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환 `ASIA`발행인·작가
`안철수 그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지?` 오늘 아침에 문득 생긴 궁금증이다. 추석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세론`과 맞짱뜰 만한 기대를 모았던 안철수 교수. 박근혜 의원이 정치 얘기를 그만하자고 했음에도 다시 그 이름을 들먹인 어느 기자에게 “병 들었나요?”라고 쏘아주게 만들었다는 한 남자.(나는 그 가십을 보고 박 의원이 “바이러스 걸렸나요?”라고 했다면 재미를 톡톡히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으로 유명세를 탔고 돈도 엄청나게 벌었으니까.)

안철수라는 이름이 졸지에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자 마치 젊은 세대가 유권자로 성장하는 동안에 목마르게 기다렸던 것처럼 `안철수 신드롬`을 보여준 바로 그때, 나는 점심자리에서 웃자는 뜻도 담아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세상을 보수와 진보로 보지 않고 상식과 비상식으로 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출마를 못할 겁니다. 그는 하나의 상식을 깨고 넘어서야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데, 그가 현재 깨지 못하는 상식이 뭐냐? 바로 그의 아내가 가진 상식입니다. 함께 서울대로 옮겼다는 의사인 아내가 남편에게 그랬다잖아요? 정치에 몸담지 말라, 엉망진창이 된다라고요. 그러니 그는 아내의 그 상식을 깨고 넘어서지 못하면 정치에 나서지 못할 겁니다” 이 발언은 꽤나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한국 지도자들의 반응 중에 두 가지를 선명히 기억한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정치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한 것이고, 또 하나는 박근혜 의원이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을 정치인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그 발언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시비에 말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도 했다. 통치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의 하나가 정치개혁인데, 그것은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고백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때가 크게 늦었지만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리 정치에 올 것이 오게 만드는 일`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나는 여의도의 특정한 공간을 한국의 맹장쯤으로 여길 때도 있을 만큼 여의도 정치를 지긋지긋해하는 작가지만 그래도 정치가 국가와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의 그 `실천`은 어떤 구체성을 지닌 것인가? 부연설명이 보도되지 않아서 추측만 해보건대, 적어도 민생현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닐 것이라는 측근 의원들의 설명은 안철수 신드롬을 하나의 대안적 현상 수준에서 그 정치적 성장을 멈추게 할 전략적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신드롬의 핵심은 정치개혁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리 젊은 세대의 갈증과 열망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박 의원은 지각하지 않을 적절한 시점에서 이번에는 `복지제도`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개혁, 한나라당의 개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우리 젊은 세대는 정치개혁에 목말라 있다.

정치개혁은 시끄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겠으나 골격은 간단하다. 첫째는 인적 쇄신이다. 사람들이 신선하지 않은 사람들의 공간에 신선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는 없다. 물론 신선함의 기준이 명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삶과 정신의 신선함이 중요하다. 둘째는 제도 개혁이다. 국가 정체성의 근간은 헌법이다. 헌법을 손질해서 정치의 신선함을 근본적 제도로써 보장해야 한다.

정치개혁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급격히 표출된 그때, 정몽준 의원이 책을 펴내서 남북축구 등을 놓고 박근혜 의원과 모종의 진실게임을 벌였다. 누구의 말이 참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 의원이 빨리 깨달아야할 것은 바로 그런 수준의 비방전도 안철수 신드롬을 정치적으로 더 키워줄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대통령 노무현`을 만든 최고 공신이었다. 월드컵 4강 열풍을 정치적 바람으로 올라탄 그가 포장마차 원샷까지 해보이며 노무현 후보와 합치지 않았다면 `대통령 노무현`은 탄생할 수 없었다. 막판에 결별을 선언했지만 그때 이미 민심은 싱겁다며 외면해 버렸다. 그러니까 정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의 레이스를 당당한 모습으로 완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결정적 폐해를 끼쳤던 현 여당에 대한 빚을 갚는 일차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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