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사(大寂寺)는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동학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곳은 감와인 터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대적사의 극락전은 1985년 국가지정 보물 제 836호로 지정된 중요한 목조건축 유산이다. 조선 숙종 15년(1689) 성해대사가 건물을 세우고 불상을 모시면서부터 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2004년 극락전 해체보수공사 중 우측 협칸 종도리 하부에서 상량문이 3매 발견되었는데, 발견된 상량문에서 이 건물은 극락전이 아니라 보광전으로 건립되었음이 밝혀졌다. 실제 보수 공사 시 기단 해체과정에서 현재의 기단 아래 화재에 의해 소실된 탄층(炭層)과 깨어진 황토색 와편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를 토대로 현재의 건물 이전에 여기에 또 다른 건물이 있었던 것이 확실해졌다.
대적사 극락전의 구성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규모는 작지만 정면 기단의 독특한 양각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기단 면석에 연꽃무늬와 거북 무늬 등을 조각하고 사이사이에 H자 모양의 선 조각도 했다. 어미 거북이 새끼를 물고 게를 피하는 모습이나 3엽의 연꽃잎 속에 조각된 어미거북과 새끼거북 등은 보기 드문 것이다. 또한 계단 양측 소맷돌(대우석)에도 통돌에다 다양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우측에는 상단에 외각선 띠를 두르고 내부에 용과 고사리문, 거북, 연봉 등을 조각하였고, 좌측엔 태극문, 연화문, 물고기 등을 조각하였다. 사찰건축에 바다생물 문양이 새겨진 건물은 전라남도 여수 흥국사 대웅전, 해남 미황사 대웅전, 순천 정혜사 대웅전 등이 있다.
기단에 양각된 그림으로 미루어 본다면 대적사 극락전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법당은 선실이며 기단은 출렁이는 바다와 맞닿은 선채다. 여기서 반야용선이란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에 갈 때 탄다는 배를 말한다. 극락전 중앙 어칸 문 상부 양쪽 평방위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데 법당건물에 용이 있다는 것은 법당이 반야용선을 상징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한쪽 용은 여의주를 물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것은 남을 업신여기는 아상(我相)과 남을 존경하는 흠상(欽尙)으로 처음과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극락전 안 불단 위에는 간략한 닫집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 닫집의 용도 한 마리는 입을 벌리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 건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바다 생물 문양과 용비어천도에 관한 기단석에 새긴 양각은 청도 감와인 터널보다는 훨씬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