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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과 사(私)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15 23:07 게재일 2011-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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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을 뒤로 돌리는 말로 선공후사(先公後私)라 한다. 그래서 사회생활의 기본 수칙 가운데 첫째로 공·사를 구별하라는 말을 자주 쓰고 듣는다. 사무 처리의 표준으로 정한 준칙으로 공무 사회에 있어서 냉정할 만큼 규칙으로 정한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천재는 타고난 마음의 소질이며 이에 따라 자연은 예술에 규칙을 부여한다”고 했다. 그리고 팡세는 “행동할 때에는 규칙에 따르고 제재할 때에는 예외를 참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했다. 규율이라는 것은 사람이 본심에서 하는 서약이며 보장이다. 희생과 규칙 및 자율이 없으면 해방도 희망도 없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들을 잃고 아내와 부모마저 행방불명이 된 일본 국회의원이 의연하게 선공후사 정신을 실천한 사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흉금을 적셨다. 피해가 극심한 일본 이와테현 출신인 기카와다가 (민주당 4선의원) 그 주인공이다. 3월11일 그의 지역구에 있던 큰 아들이 지진해일에 쉽쓸려 숨지고 부모와 아내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지만 국가적 참사 앞에서 개인의 비통함을 앞세울 처지가 아니었다. 여당 의원으로서 수많은 피해민을 위한 복구대책 수립과 예산정책 업무가 최우선이었다. 대지진 열흘째인 3월20일에야 현장을 처음 찾은 그는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참상에 망연자실했다. 장의업자도 사찰도 신사도 모두 화를 당해 아들 장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 아들 사망신고를 위해 접수처 앞에서 4시간 줄을 섰을 정도로 공무에 협조를 한 공인(公人)이었다. 아내와 부모의 행방을 찾지도 못한채 황급히 도쿄로 돌아온 그는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피해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이재민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개인보다 공무가 먼저인 것이 어쩌면 사무라이 정신이 아닐까? 숙연해 진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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