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이 1977년부터 올해까지 리비아에서 수주한 사업 규모는 366억 달러에 이른다. 대우건설과 동아건설은 각각 100억 달러 이상씩 계약해 리비아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동아건설이 1983년에 수주했던 32억 9,700만 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당시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였다.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한국 건설산업의 위상도 한 단계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2월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사태의 여파로 많은 공사 현장이 중단되면서 현지 공사 인력이 대부분 철수하는 바람에 우리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 혁명의 영향을 받아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후 반정부군과 카다피 진영간의 교전이 치열해지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참전, 공습을 감행하면서 리비아 현지 사정이 급격히 악화 되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리비아 공사 현장을 지키던 우리 건설사들은 안전을 위해 현지 인력을 철수 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리비아 사태가 6개월 만에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3월 철수했던 우리 건설업체들도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리비아 정부가 새롭게 출범해 협상 파트너가 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정확한 복귀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지 진출 건설사들의 위험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중단되었던 건설 사업이 재개될 뿐만 아니라 국가 재건을 위한 대규모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관련 부처에 따르면 리비아 전후 복구 사업에 관련된 프로젝트는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은 정유 및 석유화학, 발전 플랜트와 주택,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이 될 것이다. 특히 사태 발생 이전에 리비아에서 대규모 인프라 및 발전 사업을 수주해 놓았던 한국 업체들에는 대단히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21개이고 총 사업 규모는 74억 달러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15억2천만 달러와 8억7천만 달러 규모의 잔여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인 신한(16.2억 달러), 원건설(11.1억 달러), 한일건설(7.9억 달러) 등도 주택 사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리비아에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중견 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다수의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침체, 예산 부족으로 인한 공공시장 침체로 민간과 공공시장이 모두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 진출을 선택해 리비아에서 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 건설시장은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가 사업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완전경쟁시장인 다른 중동 지역과는 다르다. 이런 특성은 다른 해외 지역보다 중견 건설사가 진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해외 건설은 익숙한 국내 사업보다 훨씬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한국 건설사들이 리비아 현지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수행하며 쌓아 놓은 신뢰도는 한국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견 건설사들은 돌파구로서 리비아를 우선 검토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