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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성폭력범이 설칠 수밖에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9-07 23:33 게재일 2011-09-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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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하겠냐.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사모님 없었으면 번호도 땄을 것”이란 공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에 대한 의원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물론 제명에 찬성한 의원들도 상당수 있었고, 이들은 성폭력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명안 상정을 무려 1년 넘게 끌다가 여야원내 대표들이 자유투표로 처리하면서 비공개회의로 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제명을 하지 않겠다는 여야지도부의 뜻이 반영된 것 같은 인상이다. 특히 비공개 회의에서 흘러나온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강 의원 비호발언과 이 발언 뒤 제명반대 의사를 밝힌 다수 의원들이 가진 성윤리나 성범죄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우려할 수준인지 놀라울 정도다.

물론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과정이 어느 정도 어려운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가 된 보답으로 일반 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헌법기관으로서 특권과 특혜를 누린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특권이나 특혜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사를 위한 사안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지 그것이 국민의 질서의식이나 윤리의식을 마구 짓밟는 어떤 일이든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공사석에서 성폭력 수준의 발언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부끄러운 일임을 알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강 의원과 같은 저급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의원직을 수행해도 좋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강 의원은 분명히 다수 학생을 상대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정직업과 대통령, 듣는 학생들이 성적 모욕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언을 함으로써 성적 언어폭행을 한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강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보도한 언론사와 언론인을 고소하는 후안무치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탄로됨으로써 국회의원이 아닌 사인이라도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줬고 결국 사법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

범죄적 성폭력을 저지른 강 의원이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계속한다면 그가 소속된 국회가 만든 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자들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범죄에 대해 승복할 것인가 걱정될 따름이다. 특히 이런 국회의 행태를 보고 있는 각종 성폭행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에 대해 과연 죄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순진한 여대생들에게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가진 사람이 특정직업의 성윤리 타락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한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있지 않을까. 2세들이 가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불신은 어떻게 해소시켜야할 것인가. 잘못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를 고발한 언론에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양심의 불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따져 볼수록 소름 돋는 무서운 이 사태에 남의 일인 양 잠꼬대 같은 대응을 하는 정치권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에게 또 돌을 던질 것입니까.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할 겁니까” 라고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변론`은 선악을 분별치 못하는 수준이다. 성폭행범죄자와 예수, 민주화 영웅과 성범죄자를 동일시하는 어처구니없는 도덕성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같은 김 전 의장의 `변론`에 감동했는지 몰라도 국회가 제명안을 부결시켰다는 것은 국민을 황당하게 만든다. 부결시킨 국회의원은 강 의원을 예수나 김영삼 총재와 동열에 놓을 만큼 거룩한(?) 인물로 보고 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범이 기승을 부리는 우리 사회에 이같은 지도층 의식이 범죄를 조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다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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