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는 예외인 듯하다. 7일로 비소함유 암석의 공사현장 사용 문제를 취재한 지 딱 50일이 지났다. 아직 주민·환경단체와 도로공사 간의 대립은 진행형이다. 환경부의 애매하고 무책임한 답변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환경부의 책임 회피가 지나치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비소가 인체에 해가 되냐, 되지 않느냐가 아니다. 법에서 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터널 굴착과정에서 나온 암석에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한 기준치의 수십 배를 초과하는 비소가 검출돼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도로공사 측은 터널 굴착작업에서 나온 암석은 토양이 아니어서 `토양환경보전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1일 터널 굴착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은 토양도, 폐기물도 아닌 일반광물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한 시험기준도 없다고 했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소리다.
환경부는 환경단체가 발표한 토양공정시험기준에 따른 비소 함유량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공사에서 시행한 폐기물공정시험기준에 따른 비소 함유량에 대해서는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도로공사 편을 들어준 셈이다. 또 환경부는 “암을 파쇄해 성토재로 이용 때 주변 토양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한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수준이다. 공사현장에서 주변 토양을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답변을 한 공무원 집 주위에 발암 물질이 함유된 돌덩이를 분쇄해 성토한다면 과연 그는 이런 답변을 했을까? 유장관이 강조한 `환경정의 구현`을 무색게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도로공사는 법적 기준치 만족 여부와 상관없이 중금속 수처리 시설과 빗물차단형 고밀도 물막이벽, 골재생산장 날림먼지 차단시설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100여 가구로 이뤄진 작은 마을, 녹동리가 몇 달째 비소문제로 시끄럽다. 검사 기준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법이 없다면 법 제정을 해야 한다. 환경부가 나서서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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