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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훔친 베트남 엄마에 경찰관 온정 손길

김용호기자
등록일 2011-09-05 20:08 게재일 2011-09-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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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불법체류자… 아이는 배고파 울고…

칠곡경찰서 십시일반 아기용품 현금 선물

돈이 떨어진 불법체류 베트남인 젊은 엄마가 아기 분유를 훔쳤다. 사건을 맡은 경찰관들은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우유는 우리가 대겠다”며 주머니를 털었다.

칠곡경찰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밤10시쯤 칠곡군 북삼면 한 마트에서 베트남인 웅(여·24)씨가 8만 원 상당의 물건을 돈 안 주고 갖고 나가다 붙잡혔다. 끌고 온 유모차에 분유, 채소, 치즈 등을 넣어나가다가 발각된 것이다.

웅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남편이 불법체류자가 돼 취직을 할 수 없어 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12개월 된 아기 분유 값조차 없어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굳이 설명을 안 들어도 수사를 담당한 제갈동철 경장 등 경찰관들은 상황을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웅씨가 안고 있는 아기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또래보다 작고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사보다는 안타까움에 더 단 경찰관들은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 두루 알렸다. 그리고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분유와 기저귀를 샀다. 현금도 20만 원을 만들었다. 웅씨는 “앞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아기와 열심히 살겠다”며 설움과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수사에서 통역을 맡은 베트남 출신 귀화인 김선주(여·35)씨는 “다문화가정 소식지에 이 일을 실어 감동을 널리 나누고 싶다”고 했다.

칠곡/김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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