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경제력으로 죄지우지하는 대기업 총수를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김의원의 질문에 잠시 혼돈이 있었거나 아니면 전략적으로 모르는 척 어눌한 답변을 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본인의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이상 진실을 알 까닭은 없지만 근래 들어 대기업 총수들이 공사석에서 보인 말이나 행동을 보면 우리사회의 동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리해고로 일어난 노사문제는 사용주측의 문제해결 회피로 우리사회 전체가 이념갈등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대기업의 각종 탐욕경영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지경에 이른 사실이 이번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다. 물론 민간기업주를 상대로 이같은 공청회가 합당한지,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당한지 등에 대한 시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탐욕경영이 도를 넘어 사회체제에 위협적인 상황에 이른 시점에서 불거져 나온 현상임은 분명하다. 이른바 보수정당임을 자부하는 한나라당 의원조차 야당의원들과 합세해 대기업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는 것은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하지만 대기업과 재벌이 시장의 불완전 경쟁을 조장하고 무분별한 부의 세습을 옹호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인양 착각하는 이상 그같은 성공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워렌 버핏 등 미국의 큰 부자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희사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자본주의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빈부격차로 자본주의가 위험에 놓이지 않게 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우리사회에 희망의 불씨를 삼키고, 빈곤층 노인들이 1년에 약 4천 명씩이나 자살하는 가운데 노숙자가 매일 한 명 꼴로 죽어간다는 이 나라에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좌편향 시위대의 행렬이다. 세계가 매도하는 야만적 세습정권인 북한의 인권을 고발하는 서울광장 행사가 민노총 등 약 4천 명에 이르는 불법시위대의 방해로 중단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반체제 불법폭력이 한계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시위대도 역시 한진중공업의 노사문제에 개입해온 단체들이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인천공항 국민주매각 등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들이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모두 정치문제화하고 결국 이념갈등으로 치닫는 것이다. 이들 갈등의 배후에는 빈부격차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전경련회장을 공격하고 무상시리즈에 열을 올리는 세력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은 보수세력도 그만큼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건강한 자본주의가 건강한 보수를 키운다는 사실과 대기업과 대자본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전한 자본주의는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 총수들은 왜 `먹통`인지를 되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