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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고의 虛失과 교감의 착각

최준경 기자
등록일 2011-08-23 21:11 게재일 2011-08-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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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경제2사회부
박보생 김천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또 특목고를 유치해 김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천교육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지역의 명문 김천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31년 5월 송설당(松雪堂) 여사가 건립한 김천고는 80년의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간직한 유서 깊은 학교다.

또 수년 전 발표된 대한민국 인재DB에서 상위에 등재된 영남의 명문이다.

송정(松亭)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김천고는 그 어느 학교에도 뒤지지 않을 최고의 환경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김천고는 그러한 명성을 뒤로한 채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급기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종복 김천고 교감은 “김천고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예전처럼 여러 지역에서 학생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는 또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명문 중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와야 한다”면서 민사고와 상산고를 그 예로 들었다.

그러나 어폐가 있다. 김천고가 명문 대열에서 이탈한 것은 우수한 학생이 오지 않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 않은가. 민사고와 상산고에 전국의 학생들이 몰려가는 것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에서 한번 돌이켜 보자. 김천고는 1996년 무렵 교주 송설당이 거주했든 송정에 살고 있는 송설당 후손을 쫓아내기 위한 명도(明渡)소송을 했다.

또 60여 년간 그들이 운영해온 구내매점에 대한 임대료로 수억원을 청구하면서 매점 운영권도 빼앗았다. 학교 경쟁력이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왜 이러한 일들을 벌이면서 힘을 낭비해야 했는지 이제 답을 할 때다.

그러면서 반성도 해야 한다. 교주가 살던 곳에 그 후손이 살면 왜 안 되는가.

또 있다. 김천고는 이제 모교 출신 교사 임용, 또 경쟁 부재에 기인하는 학력 저하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학교를 이끌어갈 자질을 평가하기에 앞서 근무연한에 따라 교사를 교감, 교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학교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천고는 이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지금의 학교 면목을 그나마 유지할 수가 있다.

/jkcho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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