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책으로 인해 1998년 부탄인들의 평균 수명은 19년이나 늘어 이웃 네팔(평균수명 59살)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부탄은 지금 세계 각국 행복도 조사에서 단골로 상위(영국래스터대 조사 국민행복지수 8위)에 오르는 나라다.
이런 부탄과는 달리 선진국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이 넘친다. 잘살긴 하지만 외롭고 슬플 때 기댈 인간의 어깨가 없고 함께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이가 드물다. 벽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넘친다는 뜻이다. 아파트 생활이 모둠살이를 양산시키고 이웃관계가 설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참을성도 부족하다. 위층에서 나는 소리를 10분도 들어줄 수 없는 인내심이니 아이들의 성격형성은 오죽할까. 우리 아이들이 이 정도라도 자라 주었으니 오히려 대견스럽다.
한국은 2~30년 뒤에 닥칠 위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형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금 대형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은 미래를 너무 모르는 사람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신(우리나라 장·차관)들이 사는 집을 보면 대개가 실제 사용 면적이 이삼십평 규모, 40평을 넘지 않는다. 이들도 과거시절엔 큰집에 살다가 규모를 줄였다.
한국에도 이런 바람이 서울·대구·부산 등 대도시에 불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값이 가장 치솟는 아파트는 24평 아파트다. 일인가족시대가 불러오는 첨단 현상이 이미 대도시에는 닥쳤다. 일본을 이삼십년 격차를 두고 바짝 쫓는 한국 사회 현상을 보면 지방도시에도 곧 이 바람이 덮칠 것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에서의 죽음도 참혹하다. “옆집 남자가 죽었다/ 벽하나 사이에 두고 그는 죽어있고/ 나는 살아있다/ 그는 죽어서 1305호 관 속에 누워 있고/ 나는 살아서 1306호 관 속에 누워 있다” 김혜순은 인심이 끊어져 버린 아파트를 통째로 관으로 비유했을 만큼 도시는 처절하리만큼 메마르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나무를 많이 심는다. 그렇지만 심는 나무에 비해 아파트가 더 지어진다.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는 어디인가. 지방 서울 할 것 없이 낡은 아파트를 부수고 재건축현장이 너무 많다.
한국에선 20년 전 거리를 찾을 수 없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쓴 책 `아파트 공화국`에서 “한국에서는 땅이 좁아서가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중산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아파트를 마구 지었다”고 비판 했었다.
포항, 구미 등 지방도시에서도 아파트 가구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20년 뒤에 일어날 생각은 조금도 않고 30층이 넘는 초고층아파트까지 짓고 있다. 초고층아파트는 세월이 가면 도심 속의 괴물이 될 것이다.
이미 포항의 도심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끈적거리는 도시의 바람을 피해 전원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면 도심 아파트는 어떻게 될까. 그 때 도심은 새집을 지어도 입주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보는 공동화 현상이다.
숲과 광장을 만들지 않는 도시의 미래는 어디일까.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살은 시인 브라우닝은 “유럽의 역사는 곧 광장의 역사다”라고 그 가치를 예찬했다. 그리스어 아고라(agora)는 “만나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다. 숲속 광장은 공연, 예술을 즐기고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물론 우리 광장은 정치와 노동운동장으로 오염되었지만….
한국인들은 빨리빨리가 이미 삶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동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에 대한 고민을 땅이 이 만큼이라도 남아 있을 때에 해야 할 일이다.
남미의 코스타리카는 국민 소득 6천500달러다. 우리나라 1960년대를 보는 것처럼 날고 허름한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돈 싸들고 이민 온 미국인이 10만이 넘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