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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 이야기 2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23 23:23 게재일 2011-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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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울란바타르시 도시계획국을 방문했다. 지난 2~3년 사이 도시계획국의 건물과 인물들이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독립된 건물에 있었는데, 지금은 시청사 13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도부도 새로운 인물들이다. 부국장을 비롯하여 여러 매니저들과 긴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은 도시재개발과 지하철 건설에 대해서 조언 주기를 바랬다.

필자는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울란바타르시의 도시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들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바 있다. `울란바타르 2030`은 이미 50% 이상 완성되었는데, 울란바타르를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으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만들고자 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 비전(Vision)이 대단해도 추진전략과 실행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으니, 현실에 바탕을 둔 실행 가능한 계획들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재개발에 대해서는 도심의 여러 지역을 나누어 어떤 부분은 고층개발(High-Rise Approach)로 어떤 부분은 현지개량(Upgrading)해야 할 것이며, 한 학생이 질문한 바와 같이, 언덕배기에 있는 게르촌을 없애고 이들을 이주시키되 알맞은 지역을 골라 택지자력개발(Sites-and-Services)을 통하여 시정부에서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공급한 가운데 주민 스스로 주거를 짓고 향상 시켜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일본에서 건설해 준다는 지하철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것을 권하였다. 건설비가 많이 들고, 운영유지비가 매우 커서 적자폭을 메우기 벅찰 것이며, 이용도(Ridership Rate) 자체가 러시아워 이외에는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무상으로 지어 준다고 하더라도 추후 운영유지비의 문제가 클 것이므로, 본인은 경전철(Light Rail)이나 모노레일(Mono Rail) 등 저렴한 방안들을 검토해 보기를 권하였다.

이곳에는 한국음식점들이 많은데, 설렁탕 6천 투그릭, 갈비탕 7천 투그릭, 돌솥비빔밥 8천 투그릭 등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슷하다.

오후 12시30분 몽골정부 건설국으로 갔다. 이곳에서 국장 및 직원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국장이라는 분은 영어를 매우 잘 할뿐더러 지난 6주간 한국에서 행정 관련 교육을 받고 왔고 서울에서 겪은 폭우, 침수 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 분들에게도 우리 팀의 사업목적, 어제와 그제의 세미나 현황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도시인프라 구축방안, 압축도시 및 그린시티개념 도입방안 등에 대해서 토론했다. 이들은 필자가 설명한 포항의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또한 이들은 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동행한 제자들인 툴가군과 최군에게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 후 게르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간단사원` 좀 지나 한 도심의 게르지역을 골목길을 따라 깊이 들어가 보았다. 길은 먼지와 쓰레기투성이이며 집들은 모두 높은 나무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에는 천막집 게르도 있고 나무로 엉성하게 지은 판자집도 있고 벽돌집도 있다. 담장 안에서는 사나운 개들이 크게 짖고 있다.

누군가가 1960년대 부산의 판자집 같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 기억속의 한국의 판자촌들은 길거리가 이 정도의 더러움으로 가득 찼던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집들은 그러하던지, 더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더러움은 하수도 및 폐수처리시설의 부재 탓일 것 같다. 사람들도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 마을 정화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사원` 안에는 커다란 법당 건물들이 몇 개 있고, 사리함인 듯 보이는 구조물들이 여러 개 줄지어 있었다. 기도하러 온 몽골인들과 관광 온 사람들과 함께, 수도 없이 날아다니는 비둘기 떼들이 있었다. 햇빛은 내리쬐고, 한편에서는 웃통 벗은 사내들이 벽돌을 나르며 공사판을 벌이고 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남성의 두터운 음성과 여성의 가는 음성이 혼합된 이색적인 음악이 끊임없이 사원 안 넓은 마당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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