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울란바타르시의 도시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들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바 있다. `울란바타르 2030`은 이미 50% 이상 완성되었는데, 울란바타르를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으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만들고자 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 비전(Vision)이 대단해도 추진전략과 실행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으니, 현실에 바탕을 둔 실행 가능한 계획들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재개발에 대해서는 도심의 여러 지역을 나누어 어떤 부분은 고층개발(High-Rise Approach)로 어떤 부분은 현지개량(Upgrading)해야 할 것이며, 한 학생이 질문한 바와 같이, 언덕배기에 있는 게르촌을 없애고 이들을 이주시키되 알맞은 지역을 골라 택지자력개발(Sites-and-Services)을 통하여 시정부에서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공급한 가운데 주민 스스로 주거를 짓고 향상 시켜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일본에서 건설해 준다는 지하철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것을 권하였다. 건설비가 많이 들고, 운영유지비가 매우 커서 적자폭을 메우기 벅찰 것이며, 이용도(Ridership Rate) 자체가 러시아워 이외에는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무상으로 지어 준다고 하더라도 추후 운영유지비의 문제가 클 것이므로, 본인은 경전철(Light Rail)이나 모노레일(Mono Rail) 등 저렴한 방안들을 검토해 보기를 권하였다.
이곳에는 한국음식점들이 많은데, 설렁탕 6천 투그릭, 갈비탕 7천 투그릭, 돌솥비빔밥 8천 투그릭 등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슷하다.
오후 12시30분 몽골정부 건설국으로 갔다. 이곳에서 국장 및 직원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국장이라는 분은 영어를 매우 잘 할뿐더러 지난 6주간 한국에서 행정 관련 교육을 받고 왔고 서울에서 겪은 폭우, 침수 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 분들에게도 우리 팀의 사업목적, 어제와 그제의 세미나 현황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도시인프라 구축방안, 압축도시 및 그린시티개념 도입방안 등에 대해서 토론했다. 이들은 필자가 설명한 포항의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또한 이들은 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동행한 제자들인 툴가군과 최군에게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 후 게르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간단사원` 좀 지나 한 도심의 게르지역을 골목길을 따라 깊이 들어가 보았다. 길은 먼지와 쓰레기투성이이며 집들은 모두 높은 나무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에는 천막집 게르도 있고 나무로 엉성하게 지은 판자집도 있고 벽돌집도 있다. 담장 안에서는 사나운 개들이 크게 짖고 있다.
누군가가 1960년대 부산의 판자집 같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 기억속의 한국의 판자촌들은 길거리가 이 정도의 더러움으로 가득 찼던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집들은 그러하던지, 더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더러움은 하수도 및 폐수처리시설의 부재 탓일 것 같다. 사람들도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 마을 정화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사원` 안에는 커다란 법당 건물들이 몇 개 있고, 사리함인 듯 보이는 구조물들이 여러 개 줄지어 있었다. 기도하러 온 몽골인들과 관광 온 사람들과 함께, 수도 없이 날아다니는 비둘기 떼들이 있었다. 햇빛은 내리쬐고, 한편에서는 웃통 벗은 사내들이 벽돌을 나르며 공사판을 벌이고 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남성의 두터운 음성과 여성의 가는 음성이 혼합된 이색적인 음악이 끊임없이 사원 안 넓은 마당을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