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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존재하는 다문화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19 23:30 게재일 2011-08-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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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시인
며칠 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 주관한 `다문화사회를 위한 국제 이해교육`이란 프로그램에 참석했었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다문화`란 주제가 우리나라의 오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어 그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과 더불어 세계 어느 나라든지 문화 차이를 우월성의 논리로 보지 말고 다름을 인정해 평화의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육을 받는 도중 영국에서 폭동이 일어나 방화와 약탈이 도시를 마비시켰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폭동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과 중동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계층간 빈부 격차, 공공복지 지원금 삭감, 20%가 넘는 청년 실업률 등이 폭등의 요인이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배경 중 다문화 이민자들의 삶의 질이 하층민으로 전락한데 따른 불만이 강하게 작용했음도 부인하지 않았다. 다문화란 세계화에 따른 토착민, 원주민, 또는 선주민 사이에 낯선 외국인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발생한 문화의 한 형태다. 우리나라 역시 그런 나라의 뒤를 이어 120만 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미 `다문화`란 용어를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행사를 통해 그들을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모델이라 할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는 다문화로 구성된 나라다. 이주민들의 갈등 때문에 몇 차례 홍역을 치른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홍역이 원(선)주민과 이주민과의 관계를 상생할 수 있을 정도로 항체를 길러, 우리가 그들을 모델로 삼기에는 아직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아 보인다.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 이주민 중 서울 경기 지역에 60% 이상 살고 있으며, 나머지들은 그야말로 지역에서 촌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어느 시골 초등학교는 다문화에 속한 입학생이 없으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하니 그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제대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은 배달민족, 단일민족 등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일원이 된 이주자들을 배타적으로 상대하며 무시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를 포용하는 정책적 지원에 따른 이주정책은 이주민 상대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15만 명에 이르는 다문화 자녀들의 성장에 따른 진로와 그들이 겪을 갈등에 대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도 새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누구나가 그들을 그야말로 한 형제로 그들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노르웨이 총격사건에서 보듯이 원(선)주민으로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이 이주자들을 배타적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기에 “외국인이 한국화 되는 것이 다문화가 아니고 우리가 다문화 되는 것이 다문화”란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많다.

전체 국민의 2%에 해당하는 이주민들의 대부분은 어렵게 살고 있는 현실이다. 빈곤의 악순환이란 논리에 갇히게 되는 이주 정책은 남북문제, 동서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 새롭게 파생할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말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는 우리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주민이 소수자로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원주민이 다수자로 소외감을 느낄 때 그것들이 폭력으로 확산된 것을 우리는 선진 외국에서 여러 차례 보았지 않는가.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묘안으로 사전에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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