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다시 꽂으려고 하니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다
빽빽한 책 사이
있던 자리가 없어져버렸다
한쪽 모서리를 걸치고
열심히 디밀어도 제자리를 못 찾는다
한 권의 틈을 주지 않는다
옆의 책을 조금 빼내
함께 밀어보니
가까스로 들어간다
내가 네 안에 반듯이 앉도록
조금만 그렇게 미궁(迷宮)을 들썩여다오
없던 틈으로 당겨져
내가 들어간다
이 시에 나오는 `틈`은 분할과 경계 혹은 균열과 분열의 불안하고 살벌한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틈이 없이 완전히 봉인된 답답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틈은 소통과 관계를 위한 가능성으로 열려있는 공간이다. 시인은 그 틈으로 자기를 밀어넣으려고 애를 쓴다. 닿히고 단절된 세계에 대한 연결과 소통의 길을 뚫고가려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