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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는 걱정이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8-18 21:39 게재일 2011-08-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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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시달려서 괴롭고 불교에서는 심신을 괴롭히는 노여움, 욕망 따위의 망념을 가리킨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번뇌의 수가 백팔이며 그것은 1년의 12개월, 24기(氣), 72후(候)를 합하여 일컫는 말이라 한다. 구약성서 전도서에도 보면 “지혜가 많으면 괴로운 일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아지는 법이다”라 했다. 세상에는 번민이 없는 자가 없다. 번민은 욕심에서 생긴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히도 그 이상으로 힘센 것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진리를 갈망하는 마음이다. 만약 진리를 찾는 마음이 욕심보다 약하다면 세상에 있어서 정의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될 것인가 묻고 싶다. 번뇌는 이 세상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서 괴로움을 당한 사람이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이 괴로움 때문에 더 나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는 번뇌라고 불리는 것이 다른 세대에서는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단지 그 반대물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사랑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번뇌와 인내에 대하여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는 지를 시험하기 위해서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번뇌는 위대한 자각과 깊은 사색에 잠긴 사람에게 있어서 항상 필연적인 것이다. 깊은 신앙에 잠긴 선현들의 말씀이 “번민할 것은 없다.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많은 어려운 시련과 고통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번뇌는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라 했고 번뇌의 입김으로 혼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불경에도 보면 번뇌를 끊는 것이 이승이요, 번뇌가 나지 않는 것이 열반이며 지혜와 번뇌는 항상 비례한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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