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하는 버릇을 낭비벽이라 하고 낭비는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을 말한다. 낭비를 가장 많이 하는 세대는 40대 이하라 한다. 가난과 전쟁을 겪은 50대 이상에게는 근검절약 정신이 생활에 배어 아끼는 마음뿐이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젊은 세대층에 아빠는 시간과 기름을 낭비하고 어머니는 음식물과 사치품에, 그리고 자녀들은 학용품과 옷에 대한 낭비벽이 심하다고 한다. 필자도 교육계에 종사했지만 학교에 분실함이 마련돼 있지만 도무지 찾는 학생은 없고 주인 잃은 소지품만 쌓여간다. 정말 기성세대가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어느 누구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수돗물이 새어 나와도 길거리에 가로등이 대낮인데도 그냥 방치하고 물건 버리기에 신경이 완전히 둔해졌다. 내 것인데도 관심이 없는데 하물며 남의 것이나 공공의 것은 아예 방치상태다. 가난한 자가 물건을 아끼지 않는 것은 낭비라고 불려진다. 낭비를 두고 한 말들이 대단히 많다. 낭비와 탐욕-이런 역병은 모든 국가를 파멸시키는 것이며 낭비는 부의 권태를 부채질하며 낭비하는 사람의 사탄의 형제란 말까지 한다. 사회학자 몰리는 그의 `회상록`에서 “내가 믿는 바로는 공금을 낭비하는 것은 신을 거역하는 죄나 마찬가지”라 했다. 그래서 낭비벽은 바닥 없는 심연으로 하찮은 일에 시간이나 재능을 낭비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수전노는 자기 것을 훔치고 낭비가는 상속인의 것을 훔친다고 한다. 낭비가는 수전노보다 골치가 아프다. 자기 재산 뿐만 아니라 남의 몫까지 탕진하기 때문이다. 인색하다고 욕 먹을까 두려워 무익한 돈을 쓰지 말라고도 한다. 인간들은 스스로 원해서 인생의 태반을 낭비하고 있다. 그러니 게으름뱅이나 낭비자가 뜻을 이루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난과 전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낭비와도 싸워야 한다. 시간을 귀중한 것이라고 한다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최악의 과오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