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남자답게`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요즘은 그루밍족이 대세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를 일컬어 `그루밍족`이라고 한다. 섬세하면서도 꼼꼼하게 얼굴에 화장품을 펴 바르는 그의 손길은 마치 베테랑처럼 느껴진다. 주변에서는 그를 신기한 듯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다. 내 주변에도 그루밍족이 있었는데, 미용과 패션에 민감해 비비 크림은 기본, 아이라인까지 하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비비 크림을 바르는 순간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처럼, 남자의 변신도 무죄였다. 일반인이었던 그 친구는 순간, 연예인이 되었고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따라다니는 이성도 많았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컬러렌즈, 비비 크림, 아이라인은 연예인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친구에게 화장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여자들도 생얼에 트레이닝복 차림일 때보다 하이힐을 신고 있을 때 더 자신감을 가지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화장은 그런 의미이다.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그루밍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화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점점 관대해지고 있다. 남성도 스타일이 중요한 시대인데 지나치게 심한 메이크업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성 역할에 대한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그루밍족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개성시대인 만큼, 어떤 틀 속에서 타인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제선연
포항시 북구 두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