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몇 년 뒤. 지역에서도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시작으로 하나 둘 구각을 벗고 색깔을 입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학교 담장을 뜯어내고 환한 방음벽으로 대체하거나 아이들 그림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문이나 학교 건물에는 `창조`나 `민주` 같은 거창한 한문 투의 고식적 슬로건을 `행복`이나 `희망` 같은 밝은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들이 진행됐다. 도시의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은 항구도시이면서 비릿내 대신 품격 있는 향기가 난다. 이 도시가 배출한 유명 예술인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대가들을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기에 더욱 빛난다. 통영이 배출한 시인과 소설가, 음악가, 화가 등을 기념하는 조형물과 생전의 흔적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시키고 또 행사도 벌이고 있다. 보도 블록 곳곳에 이곳 출신 화가 전혁림의 작품들로 장식해 걷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대구에도 이상화 시인의 시를 길바닥에 써 놓은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아하, 베꼈구나` 했다. 규모가 커야 되고 예산이 많이 들어야 무엇인가 이루어진다면 오해다. 작은 곳에서 시작해서 키울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구시가 컬러풀 대구라고 요란한 슬로건을 내건 것이 2004년 말. 푸른색과 녹색과 분홍색과 노란 색들로 만들어진 대구의 상징은 `다양한 다채로움`을 의미하여 “젊고, 밝고, 멋지고, 화려하고, 활기찬 도시 이미지를 제공하여 다양한 모습의 발전적인 대구를 표현한다”고 대구시는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만 요란한 컬러풀이지 시민들이 보는 대구는 여전히 우중충하다. 그나마 대구가 컬러풀하게 외양을 꾸며 가는 곳은 그래도 학교에서부터인 것 같다. 학교에 숲을 조성해 녹색의 공간으로 바꾸어가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다. 새로 짓는 관공서나 빌딩, 일부 아파트 등이 디자인을 입히기 시작했고 옛 빌딩의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일차순환선을 중심으로 도심에 집중돼 있다. 쳐다보면 읽기에도 어지러운 간판들, 어떤 빌딩은 아예 간판들로 도배가 돼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중화장실에다 시민편의시설은 외면한 빌딩들, 이것이 대구의 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가 2011 대회를 앞두고 녹색도시 푸른 대구의 이미지를 높인다며 마라톤 코스 주변 건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녹화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 대구는 옥상을 청소하고 페인트칠하고 뒷길을 정비하고 냄새나는 하수구 뚜껑을 덮고 학교나 기관의 무채색 담장을 밝게 바꾸는 등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마라톤 코스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다. 이를 대구 전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이 2011 육상선수권대회 경기만 구경하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나 경주 석굴암 등 인근 관광지나 둘러보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이 기회에 대구의 속살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의 우중충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색이다. 과감히 바꾸면 된다. 학교 담벽을 봐라. 학교가 언제나 감옥처럼 답답하고 갇혀진 공간일 필요가 없듯 도시 전체가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속의 사람들도 변한다. 한 달 남은 2011 육상선수권대회는 그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새식구를 맞아들일 때는 안방까지 도배를 하는 등 손님맞이에 정성을 쏟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