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향으로 누워있다
부리 끝이 파랗다
사랑 한번 못해보고
습관처럼 알만 낳다가
가슴에 알 한번 품어보지 못하고
어미 노릇 못해본 저것들
생떼 같은 목숨
깃털로 서로 덮어주며
구덩이 속에 모로 누워 있다
포크레인 부산하던 소리도
뻣뻣하게 굳어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구제역과 함께 조류들의 수난은 예삿일이 아니다. 조류독감으로 떼로 매립되는 닭들에게서 인생의 보편적인 진리를 건드려내는 시인의 눈이 참 따스하다. 그래, 일생동안 폼 나게, 멋지게 한번 살아보지 못하고 자식 농사에 등이 휘어진 이 땅의 어머니들을, 그들의 쓸쓸한 노년과 죽음을 생각게하는 감동적인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