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문수스님이 불러서 간다”
경찰에 따르면 14일 새벽 6시쯤 경북 군위군 군위읍 상곡리 지보사 문수스님 부도탑 옆에서 한때 이 절에 머문 적 있는 명문스님이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유서, 타다 남은 장작더미, 휘발유 통 파편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조각, 성냥갑 등이 발견됐다. 시체는 많이 훼손돼 형체를 알 수 없으며 지문채취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문수스님이 맞이해 주시니 마음이 편안하다. 저와 인연이 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금생의 인연이 다하여 먼저 다음 생으로 넘어간다. 아들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다.
처음 현장을 발견한 지보사 해동스님은 “14일 새벽 6시께 부도탑 근처에서 연기가 나 가보니 타다 남은 장작과 엎드린 소사체가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스님들이 예불을 드리는 등 활동했으나 다른 스님은 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분신한 부도탑은 대웅전과 50여m 떨어져 있다.
지보사 주지 원범스님은 명문스님이 사미니(비구니 전 단계의 예비승) 출신으로, 조계종단으로 출가했다가 5개월 뒤 환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머리를 기르지 않고 스님으로 계속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명문스님은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아왔으며 아들은 군 복무 중이라고 했다. 스님은 또 지난해 9월쯤 문수스님이 분신한 지보사에 와 스님을 추모하며 10일 정도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스님 사건은 명문스님이 지난해 백일 참회기도를 하던 중 일어났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보사 원범스님은 “`문수스님이 불러서 간다`는 말이 유서에 있는 것으로 봐 문수스님 유지를 받들려 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지보사 윤문수(당시 47세)스님은 지난해 5월31일 군위군 사직리 위천 잠수교 앞 둑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며 분신 자살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었다. 스님은 그때 유서에 `4대강 즉각 중지 폐기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남겼다.
군위경찰서 현기홍 수사과장은 “지금까지는 명문스님과 문수스님이 만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명문스님이 그 동안 여러 절을 떠돌아 다니는 등 행적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유족과 주변인물 등을 조사해 분신 이유 등 사건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