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
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한 생의 반려자인 아내. 일상 속에서의 그 사랑의 무게나 소중함은 잊고 살아가는 것이 다반사다. 아이를 낳고 어려운 가정의 경제를 챙겨가며 점점 낡아 가고 헐어 가는 아내가 어느날 쓰러져 들쳐업고 병원으로 뚸어가??시인은 비로소 아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라는 말에서 남편으로서의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묻어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