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집 ... 최 종 천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07-06 21:09 게재일 2011-07-06 18면
스크랩버튼
20년 전 부천시 약대 시유지에는

황토로 벽돌을 만드는 벽돌공장 근처에

벽돌만으로 지은 둥지가 있었다

주로 추석연휴 동안 친구들을 동원해

밤낮 없이 다 지어 놓으면 시청 철거반이

와서 보고는 다 지어 놓은 집을 부술 수가 없어

돌아가면 집짓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짓다 만 집은 그 벽돌을 다 실어가 버렸다

창문은 비닐로 가려놓으면 되었다

혹 돈을 많이 번 집이 있어 둥지가 비게 되면

몇 만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언제부터 그렇게 둥지가 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둥지를 버리고 집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집은 사흘 동안에는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집을 지으며

집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일생동안 집을 짓다가 가는지도 모른다. 점점 더 크고 아름다운 집을 얻으려 애쓰고 우리의 재화와 관심을 쏟아 부어 넣는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더 나은 집을 또 추구하다가 나중에는 시인의 말처럼 집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사람이 집을 누리고 사용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잘 꾸며지고 가꾸어진 집이 사람을 거느리고 사람을 달고 사는 꼴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집은 우리의 한 생애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한 가지 도구이거나 연장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