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밝힌 지난 5월 국내 취업자수는 2천46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35만5천명 늘어났고 실업률도 3.2%로 같은 수준이었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7.3%로 작년 같은 달보다 0.9%포인트 높아져 청년층의 구직난이 여전함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점 4.0, 토익점수 900점, 해외연수경험, 컴퓨터자격증 등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스펙을 갖추고도 2~3년씩 취업 재수하는 대졸자들의 이야기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취업 지원서를 수십 곳에 넣어봤지만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오라는 대답을 듣지 못한 대졸자들이 줄을 섰다.
대기업 취업이 대졸자들의 선망이 된지 오래지만 입사경쟁률은 수 십대 일을 넘어 수 백대 일이 될 만큼 치열하다.
아예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린 젊은 청년들의 사연도 안타깝다.
대도시 고시촌에서 김밥으로 허기를 떼우며 3~4년간 공시족 생활을 했지만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합격의 기쁨은 쉽지 않다. 학원비를 포함 월 80~100만원이 들어가는 공무원 시험준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한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합격증을 쥐고 금의환향하지 못하는 공시족의 사연은 가슴 저민다.
원하는 곳에 취직을 못한 청년들은 더 이상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게 미안해 알바와 비정규직 취업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편의점 등에서 최저임금 4천320원보다 조금 많은 시급을 받아가며 일하는 모습이 청년실업의 현 주소다. 부모님에게 기댈 처지가 못 된다면 당장 먹고살아야할 현실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대기업에 취직해 부모님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드리고 동생들에게 용돈을 주며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싶은 소망이 어찌 없겠는가.
60세 넘도록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떡하니 붙어 친구의 부러움을 받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이 어디에 있을까.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겨우 88만원을 손에 쥐는 `88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자`들이란 말이 청년실업자들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왜 대기업만 고집 하냐고 묻는다면 이들은 뭐라 대답할까.
곧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는 이들에게 더운밥 찬밥가리지 말고 아무데나 들어가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 이젠 평생직장은 없다고 해도 아무 회사나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 사회인으로 첫 출발을 하기 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려는 이들의 희망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자신의 장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라면 이들은 선택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률의 증가원인을 대학졸업자들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는 제한 된 데서 찾는다.
지난 1990년 33%이던 국내 대학진학률은 2000년 68%, 2010년 79%로 급격히 늘어났다.
대학 졸업자는 해마다 50만명씩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일자리는 10만개에 불과해 구직난은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청년실업은 반값 등록금 만큼이나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는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청년 구직자들에게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견실한 중견 기업들의 채용정보를 인터넷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상세히 제공해야한다. 한 발 더 나가 우수한 청년 구직자들과 이들 기업을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할때다.
`88세대`, `3포자`들이란 꼬리표가 붙은 청년실업자들의 아픔을 이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될 시점에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