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흐름`이 순조로울 때는 만사가 형통하게 되나, 이 흐름이 자연의 섭리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고이는 정도를 벗어나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경우에는 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 소위 역류(逆流)현상이다. 이러한 역류현상의 가장 상징적인 케이스가 IMF사태 직후의 고금리파동이었다.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올라 20%가 넘는 고이자율시대를 맞아 자본을 가진 `있는 자`들은 높은 이자소득으로 배를 불리고 있었지만, 자본이 없어 부득불 은행돈을 쓸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돈의 흐름이 거꾸로 흐르게 된 것이다. 자연의 순리는 가진 자들로부터 안가진 자들에게로 흘러 가야함에도, 거꾸로 없는 사람들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간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사건 역시 돈의 흐름이 거꾸로 흘러간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한 푼 두 푼 그야말로 서민들의 피눈물 나는 돈들이 모여 만들어진 큰돈을, 소위 경영진이라는 자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마치 자기들 주머니 쌈지돈 쓰듯이 전혀 엉뚱한 곳에 퍼부은 것이다. 여기에 돈의 흐름이 바른 곳으로 흐르도록 감시해야 할 감독기관마저 몇 푼의 돈에 넘어가 한 통속이 된 사건이다. TV에 비쳐지는 주름진 아주머니의 한 맺힌 절규를 누가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가 있겠는가.
소득불균형문제는 이제 공동체 모두가 사회계약적인 책임의 범주를 벗어나, 공동체 존립의 차원에서 법을 떠나 함께 풀어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본주의하에서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경쟁의 원칙에 따라 배분된 소득분배문제를 다시금 거론함은 이론적으로는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불균형의 심화현상을 그대로 방치해 놓을 경우, 종국에는 공동체 전체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현상이 자칫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마저 흔들어버릴 우려가 있음을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예컨대 이익공유제 등과 같이 소득분배의 결과 자체를 사후에 새삼스럽게 수정하자는 주장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소득분배과정에 보다 공정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는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적어도 돈이 거꾸로는 흐르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을 위한 철저한 감시와 감독에 정부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옛날 민란이 일어나 대부분의 부잣집이 수난을 겪었지만 유독 한 집만은 괜찮았다. 다른 부잣집이 고기를 구워 먹어면서 온 동네에 냄새를 피웠지만 그 집 주인은 고기를 삶아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사회 전체적으로 혼돈현상을 보이고 있다. 장관을 지낸 이들이 자살을 예사로 하고 있으니 하루 하루 벌어먹고 사는 서민들은 어디에다 소망을 두어야 할 것인가. 아파트지역의 이유없는 연쇄방화사건이라든지 길거리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묻지마 살인사건 등이 일어나는 사회병리적 현상에 공동체 전체가 관심과 대책을 강구할 때인 것 같다. 무엇 보다 가진 자들부터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배려하는 나눔과 베품의 미덕이 솔선수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