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같은 치명적인 건강문제나 산불, 화재 등 사회적 손실액은 이루 말 할 수 없을뿐더러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8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폐해가 크나 놓지 못하는 게 또한 담배다.
담배는 17세기 초 일본을 통해 들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 문명에 접근하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빠르기가 같았던 모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그려진 17세기 초, 담배가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저자거리 모습은 벼슬아치와 부녀자, 어린아이와 종에 이르기까지 너도 나도 담배를 피워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을 적었다.
당시 한양거리 담배 가게는 서양의 카페처럼 이야기도 나누고 소설을 읽어주던 사교 공간이 됐다.
이덕무가 지은 은애전(恩愛傳)에는 담배 가게와 얽힌 이런 대목이 있다. 당시 전기수(소설을 읽어주는 사람)가 소설속의 주인공이 좌절하는 대목을 얼마나 실감나게 몸짓하며 읽었던지 이를 듣던 사내가 휘두른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 있었다. 사내는 전기수가 읽어주는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살변을 일으켰다.
대동법을 만들었던 김육이나 노론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우암 송시열은 담배를 혐오했던 반면 조선시대의 문장가인 장유는 골초로 알려졌다. 귀양살이에 지친 다산 정약용은 갇혀 사는 사람에게는 술이나 차보다 담배가 좋다고도 했다.
담배를 피워서 좋은 이유로 술주정은 있어도 담배주정은 없다. 분위기 잡을 때 말이 필요 없다. 6·25 한국전쟁이 끝나고 보릿고개가 길고 길었던 시기, 누렁봉지속의 풍년초는 서민들의 최대 기호품이다.
귀한 손님이오면 풍년초를 권했던 그 시절은 한국 근대사에 가장 가난했던 시기였지만 담배 한 대를 나누는 인정만은 풍성했다. 이런 담배가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가속도가 더 붙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아직 지방은 덜하지만 서울에선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이달부터 과태료가 10만원이다.
물론 일본은 우리보다 8~9년이나 앞서 길거리 흡연을 금지시키고 있다. 길을 걷던 애연가의 담뱃불로 인해 한 어린이가 실명에 이른 사고가 난 이후부터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가하면 빌딩 3미터 이내(아이슬란드)에서는 금연이다. 프랑스는 훨씬 규제가 더 심하다. 우리역시 다른 선진국들처럼 규제 속도가 만만치 않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폐암, 기관지염 같은 만성 폐질환을 비롯해 암에 걸릴 위험요소를 대폭 줄일 수도 있고 편안한 호흡이 되어서 기침은 물론 심장병, 심장마비, 뇌졸중을 겪을 가능성도 줄어드니 학계의 권고를 무시 할 수는 없다. 담배금지 공개 청원은 더 오래됐다.
복지부가 지난해 하반기 성인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흡연율을 보면 남성의 경우 39.6%로 30%대에 첫 진입했으나 아직도 애연가가 많다. 29세 이하 여성 흡연율은 5.8%다.
성인남성 흡연율은 지난 2005년 우리나라가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비준국이 되면서 담뱃값 인상 등 규제정책을 꾸준히 편 이후 2005년 52.3%, 2006년 44.1%, 2007년 42.0%로 하락하다 2008년 40.9%에서 2009년 하반기 43.1%로 일시적으로 상승되긴 했으나 다시 30%대로 떨어졌다.
어째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이렇게 내모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